[기고]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새 항로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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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새 항로를 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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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윤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28기)

미국이 추진하는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는 해군력 증강과 상선 건조를 포함한 막대한 투자 계획으로, 세계 조선업의 질서를 새롭게 짜고 있다.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혁신 역량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합병은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신결합 효과를 보여준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에서 강점을 지닌 HD현대중공업, 중소형·특수선 분야에 노하우를 가진 HD현대미포가 합쳐지면서 친환경 연료, 자율운항, 차세대 추진체계 같은 미래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따로 항해할 때는 중복 연구와 한계가 있었지만, 하나로 나아가면서 더 큰 파도를 넘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규모 확대는 단순한 숫자의 합을 넘어선다.

대규모 조직일수록 장기적 투자와 위험 분산이 용이하다. MASGA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막대한 자본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역량 없이는 대응이 어렵다. 이번 합병으로 대형선·해양플랜트와 중소형·특수선을 아우르는 전 선종 대응력이 확보됐고, 군함이나 해안경비함 같은 방산 분야까지 사업 항로를 넓힐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셋째, 합병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 조선소 같은 범용기술 확산의 촉매제가 된다.

이러한 기술은 특정 선박을 넘어 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동력이다. 통합된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은 이들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표준화할 수 있으며, 중국 조선업체들이 여전히 저가 경쟁에 머무는 동안 한국은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합병은 조선업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나온 전략적 대응이다.

친환경 규제 강화, 디지털 전환, 방산 수요 확대라는 세 가지 거대한 조류가 동시에 밀려드는 시점에서, 두 회사의 결합은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조직문화 충돌이나 운영 비효율 같은 암초도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합병은 단순한 합산이 아니라, 혁신 역량을 재구성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구조적 시도다. MASGA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의 결합은 한국 조선업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성윤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2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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