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PEC 의제에서 찾은 울산의 과제:AI와 사람, 함께 일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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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APEC 의제에서 찾은 울산의 과제:AI와 사람, 함께 일하는 시대
  • 경상일보
  • 승인 202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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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미정 울산연구원 연구위원

오늘 경주에서 21개국 정상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가 막을 올린다.

전 세계 GDP의 61%를 차지하는 경제공동체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단순한 외교행사를 넘어 앞으로의 국제 질서와 경제 방향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APEC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연결, 혁신, 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Connect, Innovate, Prosper)’이며, 이번 회의에서 주목해야할 핵심 의제는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두 가지이다.

‘AI 협력’은 AI를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높여줄 촉매제로 보고, APEC 회원국들이 함께 참여하는 AI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가자는 것이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은 APEC 지역이 함께 겪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노동력 감소라는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인구구조 변화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의제는 단순히 국제회의의 주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이기도 하다.

AI는 이미 산업현장 곳곳에 들어와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AI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고, 이전에 없던 일의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 즉, 기술의 발전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의 형태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는 ‘기술이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 어떻게 하면 동반 성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사람의 삶을 얼마나 더 나아지게 만드느냐가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구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면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어 더 이상 젊은 층의 노동력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이제는 고령층의 풍부한 경험과 청년층의 디지털 역량이 어우러지는 ‘세대 공존형 노동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기술이 고령층의 신체적 한계를 보완하고 청년층이 그 기술로 산업의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세대 간 단절이 아닌 협력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울산의 산업현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조선업은 숙련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AI와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숙련자의 기술을 디지털 자산으로 남기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기존 산업구조가 위축되는 듯 하지만, 소프트웨어, 센서, AI 데이터 분석 같은 새로운 일의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 화학산업 또한 AI 기반 예측 시스템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상기 울산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AI의 도입은 일자리를 없애기보다는 일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생각해보면, AI와 로봇은 도구일 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급변하는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인력의 직무 전환 교육을 확대하고, 경력자들의 재취업을 돕고, 지역인재가 떠나지 않고 머무르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어야만, 이번 APEC이 말하는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문구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기술을 이끌고, 기술이 사람을 돕는 사회가 될 때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내일’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이러한 변화를 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조미정 울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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