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난 1일 ‘경주선언’을 채택하며 공식 막을 내렸다. 경주선언은 ‘연결·혁신·번영’을 핵심 주제로, 자유무역 질서 회복과 디지털 전환, 포용적 성장을 아시아태평양 21개 회원국의 공동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문화창조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명문화한 점은 기술과 산업 중심의 성장을 창의성과 문화 가치로 확장하려는 세계적 변화를 상징한다.
울산은 이 선언이 제시한 방향성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는 도시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3대 제조업을 축으로 한국 산업화를 이끌어온 울산은 지금 산업구조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수소경제, 해양플랜트, 에너지 전환, AI 제조혁신 등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며 미래형 산업도시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경주선언이 강조한 연결과 혁신, 번영의 가치는 울산의 전환 전략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울산시는 지난 8월 미포국가산단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기공식에서 ‘AI 수도 도약’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산업별 데이터 활용과 AI 기반 스마트산단 조성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및 조선 산업에 스마트 공정 기술을 적용하고, 산업 데이터를 활용한 안전·품질 관리 체계를 확립하려는 정책은 경주선언이 내세운 디지털 경제 기조와 같은 맥락이다. 울산의 디지털 전환은 기술혁신을 넘어 에너지와 환경, 안전 분야까지 포괄하는 지속가능 도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선언이 문화창조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규정한 것은 울산에 또 다른 기회를 열었다. 울산은 반구대 암각화, 고래문화, 산업유산, 태화강 국가정원 등 산업과 자연, 인류의 기억이 공존하는 도시다. 이 자산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콘텐츠·관광·디자인 등으로 확장한다면, 문화산업이 울산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술과 문화가 융합된 도시 전략은 경주선언의 가치를 지역 차원에서 구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경주선언은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그 실천은 각국의 도시와 지역의 몫이다. 울산은 산업수도의 역량을 기반으로 연결과 혁신의 가치를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으로 옮겨야 한다.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와의 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국제 협력 플랫폼을 지역으로 끌어오는 실행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경주선언이 내세운 ‘연결·혁신·번영’의 비전은 울산의 미래 방향과 닮아 있다. 산업수도 울산이 세계와의 연결을 통해 기술과 문화의 새로운 번영을 열어간다면, 이번 선언은 외교문서를 넘어 울산의 실천적 비전으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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