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 칼럼]고품격 정치와 야박하고 천박한 정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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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 칼럼]고품격 정치와 야박하고 천박한 정치 문화
  • 김두수 기자
  • 승인 202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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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수 서울본부장

YS(김영삼·14대 대통령)와 DJ(김대중·15대 대통령).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독재정권과 맞서 투쟁한 정치 풍운아였다. 감정이 격화될지언정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야박하거나 천박한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양 김은 대권가도에서 치열한 경쟁을 했어도 금도는 넘지 않았다.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 하산 이후에도 일정 부분 우정도 이어졌다.

그렇다면 ‘양 김 시대’가 막을 내린 후 20여년이 지난 작금에서 여의도 정치권은 어떠한가? 시쳇말로 ‘천박’과 ‘야박’으로 크게 나뉜다. 천박(淺薄)은 ‘생각이나 행동이 깊이가 없고 수준이 낮음’ ‘품격이나 말, 행동이 세련되지 못하고 속됨’이다. 야박(野薄)은 ‘남을 대하는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고 인색함. 인정이나 배려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국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사례는 본란에서 나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직전 윤석열 정권부터 더욱 심각했다는 게 중론이다. ‘날 것 그대로 보도’ 인터넷 미디어의 초스피드 속보 경쟁, 자극적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1인 미디어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고 공직자인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현실과 연결 지으려는 건 변명 이상이하도 아니다.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천박과 야박의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권력을 잡은 쪽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반대 측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을 만큼 무시한다. 검찰 출신 대통령의 연장선에서 ‘정치검찰’에 의한 야당 죽이기 의혹이 분출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내란 의혹과 더불어 윤 정권 탄핵의 정점까지 양극화는 극에 달했다. 아스팔트에서 무차별 질러대는 언행은 ‘저질 정치’의 극치였다.

이재명 정부 탄생 후엔 과연 어떠한가?

취임 초부터 적극적인 여야 협치 의지를 천명했다. 실제로 취임 3개월 시점인 지난 9월8일 정청래·장동혁 양당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상생 정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양당 대표는 그 순간일 뿐, 돌아선 순간부터 다시 날 선 공방과 대치를 이어갔다. 정치 형님 격인 정 대표의 배려에 아쉬움이 남는다. 10월부터 실시된 국정감사장은 마무리 시점까지 감정싸움으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 과정에서 여지없이 드러난 건 야박함과 천박함의 민낯 그대로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범여권은 비유하면 ‘강남 부자 세력’과 다름없다. “곳간 퍼주는 부자”는 넉넉한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타인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너그러움이 최소한의 양심이고 미덕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다. 이미 탄핵으로 추락한 소수 야당을 끝까지 내란 정당으로 몰아 정당해산이 종착역처럼 보인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검찰에 대한 무장해제는 그렇다 치자. 초강성 법사위원장을 내세워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까지 무차별 뒤흔들어 놓고 있는 현실은 야박함의 극치다.

천박함의 극치도 있다.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이란 사람은 정기국회 회기 중 국회 사랑재에서 자신의 딸 결혼식을 공지하면서 모바일 청첩장에 ‘카드 결제’ 기능까지 넣었다. 피감기관들 상대로 ‘수금용’이란 의혹으로 난장판으로 변질됐다. 무소속이지만 범여권에 속한 어느 의원은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팻말까지 동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얼굴이 합성된 이 팻말을 들어 보이며 사법부 수장을 조롱한 것이다. 야당도 마찬가지. 국민의힘 어느 의원은 욕을 섞어가며 “옥상에서 한판 붙자”라는 희한한 행태를 연출했다.

이런 와중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경주에서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주재한 이재명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십이 국내외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신인도가 업그레이드된 쾌거다. 한미 정상의 한반도 ‘핵추진 잠수함’ 합의는 한반도 평화의 획기적 변화의 서막이다. 이젠 국회와 정치권이 변화해야 할 때다. 정청래·장동혁 양당 지도부의 상생 정치다. 권력은 돌고 돈다. 야박하고 천박한 정치 문화를 과감하게 청산해야 할 때다. 여기에 더해 의원들의 윤리의식과 도덕성, 절제된 언행으로 수준 높은 국회상 재정립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

김두수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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