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루다, 기루어하다’라는 말이 있어요 ‘없어서 아쉽다’라는 뜻이 담긴 말인데 ‘그리다, 그리워하다’하고는 뉘앙스가 조금 다릅니다 만해 선생이 즐겨 쓰던 말이기도 한데요 나는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이 단어가 자꾸 떠올라요 지난 삼월 이래 생겨난 현상이지요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정인의 부재로 인한 허전한 마음
화자는 ‘기루다’의 의미를 ‘없어서 아쉽다’라고 직접 설명하며, ‘그리다’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리다’가 ‘간절히 생각하다, 보고 싶다’는 적극적인 열망이나 대상을 떠올리는 행위에 가깝다면, ‘기루다’는 대상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빈자리, 상실감, 그로 인한 서운함이나 허전함에 더 초점을 맞춘 단어이다.
화자는 ‘기루다’를 만해 한용운이 즐겨 썼다고 함으로써 말의 무게를 더한다.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에서 서문에 해당하는 ‘군말’에는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라고 하여, ‘님’을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민족, 진리, 종교적 대상으로까지 확대한다.
하지만 이 시의 당신은 정인(情人)에 가깝다.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도드라지는 ‘기루다’란 말이 삼월 이래 자꾸 생각난다니, 삼월에 화자는 어떤 이별이나 상실을 경험한 것일까. 아니면 그즈음 조용한 감정의 일어남이 있던 걸까. 무엇보다 낱말의 뜻을 설명하며 감정을 애둘러 전하는 품이, 직접 표현하는 것보다 은근하여 눈길을 끈다. ‘편지’라는, 거의 고대의 유물을 소환하는 것도 그런 언뜻 내비치는 반투명의 미학일 터.
송은숙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