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7~18일 한국생태관광협회가 주최하고 김해화포천생태관광협회가 주관하는 ‘2025년 생태관광세미나 및 협의체 생태관광축제’에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참가하였다. 우선 10월15일에 개관한 화포천습지과학관의 시설을 둘러보면서 아직 접근로가 확보되지는 않았지만, 전시 내용과 체험 프로그램이 유아들과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잘 준비되어 있다고 평가하게 되었다. 행사 당일은 개관 3일째이고 평일이었지만 인근의 어린이집에서 단체 견학을 왔고, 가족 동반 방문객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아울러 화포천생태관광협회 관계자의 설명이 귓가에 선명하다. 과거 화포천 상류의 공단으로 인해 수질오염이 심각하였고, 큰비가 내리면 습지 곳곳에는 떠내려온 쓰레기가 넘쳐났으며, 일부 지역은 폐기물매립장으로 사용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정화작업부터 시작하였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앞장서니, 민·관이 함께 뜻을 모아 화포천습지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생태공원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또한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독수리 먹이주기, 철새 먹이주기 운동으로 매년 화포천습지를 찾아오는 철새들의 개체 수를 늘리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멸종된 황새가 화포천습지를 찾아왔는데, 황새의 출현은 화포천의 들녘이 청정하고 건강해졌다는 의미이며, 지금의 화포천은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년 4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는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하였고, 화포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국제적으로 인정되어 람사르습지도시 국내 후보지로 선정되는 결과도 낳았다는 설명이다.
이상의 스토리를 듣자마자 ‘울산 태화강과 매우 유사한 스토리를 갖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화포천의 스토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미나 후 생태관광축제를 개최하기 전에 화포천 인근 마을을 답사하게 되었는데, 주제는 ‘제비와 함께 하는 지역주민’이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흥부전의 흥부와 같이 지역 주민들이 제비에게 처마를 내준 장면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런 집들은 ‘제비 福(복) 받는 집’이라는 명패를 달아주었다. 그 명패는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응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명패가 있는 집들은 제비에게 처마를 내준 것과 같이 생태관광객들에게도 ‘제비 생태관광’이라는 코스를 만들어주었다.
앞서 울산시가 ‘철새 사파리 명소 20선’을 선정하였을 때, ‘철새여행버스 탐방 코스로 활용할 수 있을까’하고 사전답사를 할 때 직접 인근 지역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기억에 꼽히는 건, 당시 선바위 휴게소 운영자께서 “철새 사파리 표지목의 설치 장소가 위험하니 탐방객이 떨어지지 않도록 펜스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큰 관심과 조언을 준 사례이다. 철새여행버스에 두 명의 자연환경해설사가 탑승하여 설명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운영하다 보니, 해당 지역에서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생태관광 대상이라는 점을 망각한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편,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는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태화강먹거리단지 33번 앞 생태관광 상설관찰장에서 떼까마귀 군무 해설, 태화강하구 습지관찰장, 태화강 하중도 철새관찰장, 태화강 야생갓꽃 관찰장, 모감주나무 관찰장, 백로새끼 기르기 관찰 체험장, 물억새 관찰장, 다슬기 방류 행사, 자연생태이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철새여행버스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운영 과정에는 주민의 건의를 귀담아듣고, 개선책을 거듭 고민한다.
울산에서는 매년 민간정원이 조성되고 있지만, 이들을 연계한 관광상품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 이를 갈망하는 울산 관광객과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도 심심찮다. 민간정원을 관리하는 울산시 국가정원과와 철새여행버스를 담당하는 환경정책과가 협조해 철새여행버스 코스 중 민간정원을 답사할 수 있게 조정한다면 1석2조, 지역주민이 관심을 두고 참여하는 생태관광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제안을 해 본다.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