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세폭탄 이어 ‘탄소폭탄’…울산 제조업 또 생존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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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관세폭탄 이어 ‘탄소폭탄’…울산 제조업 또 생존 시험대
  • 경상일보
  • 승인 202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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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최대 6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새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발표하면서, 한국 제조업의 심장 울산이 초비상에 직면했다.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등 울산 경제의 핵심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탄소 감축 기술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은 막대한 설비 투자와 배출권 구매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훨씬 강력한 ‘탄소폭탄’이 산업 현장을 덮친 셈이다.

정부가 6일 공청회에서 제시한 2035년 NDC는 ‘2018년 대비 50~60% 감축’ 혹은 ‘53~60% 감축’의 두 가지 안이다. 산업계가 제안한 4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울산은 한국 제조업의 심장이다. 울산미포와 온산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33개 산업단지 입주 제조업체들이 지역 총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부가 올해 확정한 2022년 기준 울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366만t. 이 중 78%가 에너지·제조·수송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미 효율이 극대화된 산업 구조상 추가 감축 여력은 크지 않다. 이번 감축목표는 기업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준인 것이다.

배출권거래제와의 연동은 기업 부담을 더욱 키운다. 과도한 감축률이 적용되면 실제 감축 역량을 넘어서는 할당량이 부과되고, 부족분을 구매해야 하는 비용은 4차 계획기간 동안 총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은 2035년 전체 차량의 30~35%를 무공해차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계획으로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에 직면하고, 부품업계 구조조정과 대규모 고용 불안이 불가피하다. 석유화학과 철강·반도체 업계 역시 “48% 감축도 버겁다”는 입장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감축 목표는 국가 경쟁력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울산과 같은 산업도시에서는 생산 차질, 투자 위축, 고용 불안이라는 ‘경제적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속도’보다 ‘지속가능성’을 최우선해야 한다.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잃는 순간, 탄소중립은 국가 성장의 엔진을 멈추게 하는 족쇄로 변할 것이다. 감축목표의 단계적 조정, 산업별 맞춤형 지원, 기술개발 투자 확대,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등 현실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 멈춰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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