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태의 인생수업(18)]자유, 행복의 뿌리이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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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태의 인생수업(18)]자유, 행복의 뿌리이자 불안
  • 경상일보
  • 승인 2025.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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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

왜 우리는 자유를 그토록 갈망할까. 왜 억압 앞에서 숨이 막히고, 자유를 되찾는 순간 “이제야 살 것 같다”는 말을 하게 될까. 이유는 단순하다. 행복은 자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자유는 인간의 본능이자 존재의 출발점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세상에 발을 디딘다.

철학자 알랭은 말했다. “자유란, 나를 나답게 살아갈 권리다.” 자유는 단순히 구속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감각, 거절할 수 있는 용기,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 그 모두가 자유다. 자유로울 때 우리는 안정과 활력을 느낀다. 반대로 통제와 억압은 마음을 병들게 하고, 무기력을 키우며, 삶을 서서히 마르게 만든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행복의 세 가지 심리적 영양소로 ‘자유’ ‘유능’ ‘관계’를 꼽으며, 그중 핵심을 ‘자기결정감’이라 했다. 내 삶의 조타수를 내가 쥐고 있다는 감각, 바로 거기에서 행복이 움튼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롭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롭기 때문에 불안해진다”고 했다.

자유는 축복이지만 동시에 짐이다.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는 삶은 편할 수 있지만, 그 삶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길은 후회도 성취도 모두 내 몫이며, 그 무게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주인이 된다.

진정한 자유는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여지’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기대나 사회의 기준이 아니라, 나 자신과 마주하며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때 비로소 자유가 깃든다. 자유란 내 인생의 작가가 되는 것, 누군가의 대본이 아니라 나만의 문장을 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유를 ‘조건’의 문제로 여긴다. 그러나 진짜 자유는 조건 밖에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선택권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 안에 자유의 본질이 있다. 돌이켜보면, 내 삶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순간은 높은 자리에 있었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퇴직 후, 아침마다 원하는 시간에 글을 쓰고, 만날 사람을 정하고, 일정을 스스로 설계했던 시기였다.

물론 자유는 방임이 아니다. 하고 싶은 대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지를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태도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는 책임을 수반하지 않으면 파괴된다”고 했고, 피터 마샬은 “자유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옳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자유는 내면의 질서와 절제 위에 세워져야 한다.

행복은 누가 허락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데서 비롯된다. 진짜 자유는 내가 내 인생의 핸들을 잡고 있다는 확신이며, 그 확신이야말로 가장 깊고 근원적인 행복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자유로운가? 지금, 내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는가?” 그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행복을 살고 있는 중이다.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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