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선선하던 어느 날, 울산공업축제 현장을 찾았다. 산업수도 울산의 뿌리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눈에 들어왔다. 현대자동차와 SK 등 우리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울산이 가진 산업 역량의 깊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의 힘을 다시 느꼈다. 한때 동해안의 조용한 어촌이던 울산은 반세기 만에 산업과 문화,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로 변모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여정에는 언제나 ‘물’이라는 보이지 않는 동맥이 있었다. 그 물길을 책임져온 든든한 동반자가 바로 한국수자원공사(이하 K-water)다.
1974년, 정부는 온산지역을 산업기지개발지구로 지정하며 대한민국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같은 해 12월, K-water의 전신인 산업기지개발공사가 온산건설사무소를 설립하고 공업용수 공급 기반을 닦았다. 이듬해 비철금속단지 조성이 본격화되면서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본류에 올라섰다.
그 시절, 정부의 산업정책 중심에는 언제나 ‘물’이 있었다.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울산은 눈부신 도약을 이뤘고, 온산공단은 460개 기업이 터를 잡은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로 성장했다. 그로부터 반세기, K-water는 울산의 발전과 함께 성장의 물길을 열어왔다. 낙동강에서 끌어온 물은 사연댐 등 네 개의 댐과 240㎞의 수도관을 따라 흐르며, 연간 3억4000만t의 물이 24시간 쉼 없이 울산의 산업과 시민생활을 지탱해 왔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인프라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광역상수도 확충, 노후관 개량, 관로 복선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48년이 지난 울산공업용수도의 노후화 문제 해결을 위해 총 1471억원 규모의 ‘울산공업 노후관 개량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82㎞의 노후관을 교체하며 공급 안전성과 효율성을 대폭 높였고, 현재 4차 사업 설계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미래 물 수요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S-OIL의 ‘샤힌 프로젝트’ 완공 시 온산공단의 용수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배수구역 확충과 정수장 증설 등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설 보강을 넘어, 미래형 수자원 인프라 재설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또한, 울산의 물길은 산업을 위한 자원을 넘어,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생명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태화강이 있다.
태화강은 과거 공업화의 상징에서 이제 생태 복원의 모델로 재탄생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울산시가 함께 조성한 선암댐 호수공원은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고, 새롭게 단장된 태화강 취수시설과 전망대는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찾는 자연 속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사연댐 수문 설치로 세계문화유산에 등극한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이 산업의 도시를 넘어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물의 힘을 미래의 가치로 이어가는 것, 그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K-water의 사명이다. 공업용수로 시작된 울산의 물길은 이제 환경과 성장을 동시에 품는 자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노후 인프라 개선, 산업 전환에 따른 안정적 수자원 확보는 이제 한 기관의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과거 울산의 산업화가 ‘물’에서 시작됐듯, 미래의 지속 가능한 성장 또한 ‘물’ 위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물은 여전히 모든 산업과 생태의 근간이며, 울산의 미래 경쟁력은 깨끗하고 안정적인 물에서 비롯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의 성장도 결국 ‘물’ 위에서 가능하다. 탄소중립, 물순환 회복 그리고 산업과 환경이 공존하는 도시의 비전 또한 물을 중심으로 실현될 수 있다. 결국 물은 산업화 시대에도, 기후위기 시대에도 성장과 번영을 이끄는 첫 번째 자원이다.
K-water는 울산의 물길이 산업화를 넘어 미래로 흐를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든든한 동반자로서 그길을 계속 걸어가겠다.
류형주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