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60m 보일러 타워가 붕괴돼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40년 된 노후 철골 구조물이 폭파 해체를 앞두고 사전 ‘취약화 작업’을 하던 중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며 무너진 것이다. 노후 발전시설 해체 과정에서 드러난 허술한 산업안전 관리가 불러온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이번 참사는 가동이 중단된 석탄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국내 첫 안전사고다. 울산화력 4호기와 6호기도 조만간 해체를 앞두고 있다. 사고 직후 정부는 전국 화력발전소 해체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2040년 석탄발전소 완전 퇴출 계획을 고려하면 향후 해체공사 위험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발전소 해체는 단 한 번의 하중 변화나 절단 순서 실수만으로도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작업이다. 철저한 사전 설계와 구조안정성 검토, 현장 관리·감독 없이는 작은 실수도 치명적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발전소 해체 경험이 부족해 국가 차원의 안전 기준과 매뉴얼이 거의 전무하다. 이번 사고는 바로 제도적 공백이 낳은 필연적 결과다.
선진국은 유사 사고를 계기로 안전체계를 법제화했다. 2010년 미국 오하이오주 화력발전소 붕괴 이후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구조안정성 조사, 임시지지 설계 승인, 변경관리 절차, 붕괴반경 격리를 의무화했다. 영국도 2016년 디드콧 화력발전소 사고 후 사전 취약화, 잔존안정성 검토, 절단 순서, 실시간 모니터링 기준을 마련했다. 반면 우리는 아직 구체적 기준조차 없다.
이번 사고의 본질은 관리체계 붕괴다. 발전소 해체는 원청, 하청, 감리, 발주처 등 여러 주체가 얽힌 복합공정이다. 시공사 HJ중공업의 구조검토 보고서와 실시설계·시방서, 해체업체 코리아 카코의 해체계획서가 적정하게 작성·이행됐는지, 발주처 한국동서발전과 감리단의 검토·감리 업무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각 단계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면 그 자체가 구조적 실패다.
중요한 것은 책임자 처벌에 그치지 않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보일러 타워 등은 법적으로 ‘건축물’이 아닌 ‘구조물’로 분류돼 지자체 사전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 원청의 자체 해체계획 수립 절차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번 울산 사고는 우리 산업안전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경고다. 제2, 제3의 참사를 막으려면 이번 비극을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울산의 교훈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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