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비보에 유족들 ‘황망·비통’(종합)
상태바
갑작스런 비보에 유족들 ‘황망·비통’(종합)
  • 이다예 기자
  • 승인 2025.11.10 0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 7일 울산 남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로 숨진 전모씨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숨을 거둔 3명 중 1명인 전모(49)씨의 빈소는 슬픔과 황망함으로 가득 찼다.

지난 7일 오후 4시께 울산 남구 한 병원 장례식장 로비 모니터에는 온화한 얼굴로 웃고 있는 전씨의 영정사진이 떠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일상복 차림으로 빈소를 급하게 찾은 친척과 지인들은 무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 안 되는 조문객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한쪽에서는 텅 빈 고인의 재단에 올릴 음식 준비에 분주했다. 전씨가 소속돼 일하던 발파업체 코리아카코 회사 점퍼를 입은 직원은 빠른 걸음으로 빈소로 향했다.

상주를 맡은 전씨의 남동생은 “지금 너무 정신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씨의 부친과 배우자는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전씨는 어려운 살림에 혼인신고만 하고 살았지만 누구보다 착하고 성실한 남편이었다. 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아들이면서 형이기도 했다. 울산에도 생활비를 벌고자 왔다가 출근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참변을 당한 전씨였다.

가족들은 “후진국형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런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된다”며 비통함과 분노를 표출했다.

전씨는 지난 6일 오후 2시2분께 울산화력발전소 내 60m 높이 보일러 타워 해체 작업을 하다가 구조물이 무너지며 매몰돼 생을 마감했다.

당시 전씨를 비롯한 작업자들은 취약화 작업을 했다. 사고 발생 이틀째인 7일 오전 붕괴 현장 측면부에서 발견된 전씨는 현장에 설치된 응급의료소 의료진으로부터 사망 판정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울산 노동계는 잇달아 성명을 내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건축물 해체업체들의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 요구가 수용된 게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노후 산단 시설 점검을 진행하고 위험의 외주화, 다단계 하청구조 등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10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한국동서발전 중대재해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글·사진=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오늘의 운세]2025년 10월20일 (음력 8월29일·임술)
  • 옥교동한마음주택조합 8년만에 해산 논의
  • 울산도시철도 2호선 예타 여부 이번주 결정
  • 도서관 인근 편의점 ‘담배 뚫린곳’ 입소문 일탈 온상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박준 ‘지각’
  • 필름부터 AI이미지까지 사진 매체의 흐름 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