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혁신도시가 조성 10년을 앞두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외형을 갖췄고, 산업 수도 울산의 행정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협력의 온기’는 부족하다. 기관은 있지만 상생은 약하고, 활력은 있지만 연결은 느슨하다. 혁신의 도시가 아니라 ‘출퇴근의 도시’라는 평가가 나온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이런 현실을 되돌아볼 기회다. 이전 경쟁의 구호보다 중요한 건 이전의 이유와 이후의 변화다. 1차 이전이 공간의 확장이었다면, 2차는 관계의 재설계여야 한다. 울산의 지난 10년은 그 차이를 보여준다.
울산혁신도시는 산업안전, 에너지, 노동 등 국가 기간산업의 중심기관이 밀집해 있다. 산업 인프라만 보면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하지만 그 잠재력이 지역과 맞물리지 못하면서 상생지수 D등급, 지역인재 채용률 37.7%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공공기관·산업·대학이 따로 움직인 결과다.
그럼에도 울산은 가능성을 잃지 않았다. 울산테크노파크와 UNIST, 울산대학교는 공공기관과의 공동연구와 기술이전을 확대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사회적경제 조직과 협력해 판로를 넓히고, 석유공사는 부유식 해상풍력 등 신산업 분야에서 지역 기업과 손을 잡았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싹이다.
울산은 현장 기술력과 실행 속도가 강점인 도시다. 여기에 공공기관의 연구역량과 대학의 인재가 맞물리면 강력한 상생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다.
2차 이전은 그런 울산형 혁신모델을 현실로 만드는 기회다. 단순한 유치전이 아니라 산업·연구·인재가 순환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국정 기조로 삼고 있다. 수도권 분산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성장축을 구축하고 상생할 수 있는 균형의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울산은 국가 비전 속 전략적 위치를 차지한다.
울산은 에너지·수소·AI 등 미래 산업의 테스트베드로 기반을 다져왔다. AI 데이터센터 착공, 수소도시 조성, 해상풍력 추진은 울산이 산업 전환의 실험장임을 보여준다. 이 기반 위에 인재 양성과 연구 혁신이 결합된다면 울산은 균형발전의 모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혁신도시는 본래 ‘사람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도시’를 목표로 했다. 울산이 그 철학을 회복한다면 10년의 시행착오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이제는 건물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협력의 흐름이 도시의 성패를 가른다.
이재명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진정한 혁신으로 남으려면 울산이 그 변화의 시험대가 돼야 한다. 비판받던 도시가 혁신의 본보기로 변모하는 것, 그게 시즌2의 이유다. 울산이 다시, 진짜 혁신을 증명할 차례다.
주하연 사회문화부 기자 joohy@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