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2차전지 공급망 집적화의 결정적 순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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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 2차전지 공급망 집적화의 결정적 순간 맞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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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양극재 공장 준공은 울산이 2차전지 산업의 ‘전주기 밸류체인’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울주군 삼남읍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 내에 완공된 이 공장은 연간 7만2000t의 양극재를 생산하며, 원료 수입부터 셀 제조, 완성차 탑재, 재활용에 이르는 울산형 공급망의 첫 연결고리를 담당한다. 지난해 울산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지 1년여 만에 거둔 가시적 성과다.

10일 준공식을 가진 산업단지 3공구는 총 116만㎡ 규모로, 공공시설 부지와 신규 산업시설용지를 포함한다. 울산시와 삼성SDI는 협력체계를 통해 일반적으로 7년 이상 걸리는 산업단지 개발을 2년4개월 만에 끝냈다. 시의 선제적 인허가와 폐수 인입, 업종 변경 등 행정 절차를 신속히 처리한 결과다. 속도 또한 성과의 일부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단지가 울산의 산업지도를 바꿀 ‘공급망의 실체’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울산의 전략은 공장 유치를 넘어 산업 구조 재편에 있다. 하이테크밸리 산단을 중심으로 원료 조달부터 부품 생산, 조립, 회수까지 한 도시 안에서 처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런 모델은 대응 속도와 비용 효율, 탄소 저감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다. 특화단지 지정 이후 수조원대의 투자가 이어졌고, 고려아연·LS MnM·현대자동차 등 앵커기업과 유니스트를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 생태계도 확산 중이다.

진정한 전주기 체계가 되려면 양극재뿐 아니라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재활용 등 핵심소재와 장비업체들이 일정 반경 내에 집적돼야 한다. 공정별로 흩어져 있으면 물류비와 시간이 중첩돼 효율이 떨어진다. 울산시는 단순한 부지 공급에서 나아가 연관 기업 유치, 인허가 간소화, 기반시설 확충, 기술 연계 지원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산업단지 내 33만㎡의 잔여 용지는 후속 투자와 공급망 완결을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돼야 한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정유화학이라는 전통 산업의 기반 위에 2차전지라는 신산업을 올리고 있다. 기존 산업의 기술력과 인프라가 배터리 산업과 결합할 때, 울산은 제조도시를 넘어 첨단에너지 도시로 전환할 수 있다. 삼성SDI의 투자는 그 서막에 불과하다. 속도로 입증한 행정력 위에 구조로 완성하는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모든 공정이 한 도시 안에서 연결되고 작동하는 울산형 밸류체인, 그 실체가 완성될 때 비로소 울산은 ‘대한민국 배터리 수도’로 이름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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