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재활용탄소연료’ 특구, 순환경제·탄소중립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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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 ‘재활용탄소연료’ 특구, 순환경제·탄소중립 시험대
  • 경상일보
  • 승인 202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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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새 플라스틱 생산 연료로 재활용하는 ‘재활용탄소연료(RCFs)’ 규제자유특구 도전에 나섰다. 2023년 ‘폐기물 재자원화 특구’ 지정에서 고배를 마신 지 2년 만에, 한층 진화한 순환경제 전략으로 업그레이드해 다시 특구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는 장기 불황에 빠진 화학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나아가 탄소중립 시대의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려는 울산시의 의지를 보여준다.

울산시는 지난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재활용탄소연료(RCFs)’ 규제자유특구 예비특구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 5월 최종 특구 지정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폐플라스틱을 석유 대체 연료로 재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탄소 저감 효과까지 입증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재활용탄소연료’는 해외에서 탈탄소·순환경제 전환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법·제도적 공백 탓에 산업화가 막혀 있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합성유를 생산하더라도 현행법상 이는 ‘연료’가 아닌 ‘화학제품’으로 분류돼 생산·유통·판매가 모두 제약을 받는 현실이다. 기술은 준비되어 있지만,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은 대규모 정유 및 석유화학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부생가스와 산업폐기물 등 RCFs 생산에 필요한 원료가 풍부한 전국 최적지다. 여기에 규제특구 지정이 더해지면, 폐플라스틱을 석유 대체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실증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 검증까지 가능해진다.

현재 울산미포국가산단 부곡용연지구에는 세계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3대 첨단기술이 집적된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 ARC’ 조성이 계획돼 있다. SK지오센트릭이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열분해 공장과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PET 해중합 설비를 한곳에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최근 석유화학 장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사업이 다소 지지부진하지만, 완공 후에는 국내에서 매년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플라스틱의 약 9%를 재자원화할 수 있다.

울산 ‘재활용탄소연료’ 특구는 폐기물, 특히 폐플라스틱을 자원으로 전환하는 순환경제의 새로운 모델이자, 산업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탄소중립 실험장이다.

정부는 울산의 시도가 한계에 막히지 않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돌리는 탄소 순환 산업 생태계 구축은 미래 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일이다. 울산의 도전이 우리나라 탄소중립 산업정책의 전환점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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