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내 코가 석 자인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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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내 코가 석 자인 미국
  • 경상일보
  • 승인 2025.11.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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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백악관은 8월25일 워싱턴의 한미정상 회담과 10월29일 경주 회동 이후, 실무진들이 조율하고 합의한 사항을 담은 내용, ‘팩트 시트’(fact sheet; 사실 자료)를 11월13일에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중요 산업의 재건 및 확장, 외환 시장 안정, 상업적 관계 강화, 상호무역 증진, 경제적 번영 보호, 한미동맹의 현대화, 한반도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조율, 해양 및 원자력 파트너십 강화 등 8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아주 궁금해하던 것이 바로 전반적인 상품에 대한 관세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건조 승인 여부, 핵연료 재처리 승인 여부다. 팩트 시트에는 조선 부문에 대한 1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정하고 첨단 산업을 위해 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투자를 하되 한국의 사정을 고려하여 매년 200억달러까지만 나누어서 하도록 밝히고 있다. 상품에 대한 관세는 대부분, 다른 나라들과 같은 15%로 확정했다. 또 “미국의 법적 요건에 따라, 대한민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과 평화적 목적을 위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지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미국은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하여 이 조선 사업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이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남아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결정이나 언급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로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한다는 것은 놀라운 진전이지만 재처리가 당장 가능한 것이 아니고, 많은 난관이 남아있어 언제 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합의를 내는 데에 대한 반대급부로 말라비틀어진 미국의 조선업을 중흥시키기로 했고 미국이 원하는 첨단 산업에 투자해야 하며 미국산 자동차, 항공기와 무기 등을 적잖이 사 주어야 한다. 그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래선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손익계산을 해봐야겠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미국은 추격해 오는 중국이 걱정이다. 기술의 경쟁이 바로 경제의 경쟁이다. 현실은 바둑판의 집짓기와 패싸움 그대로다. 북·중·러의 핵 위협에도 일본과 대만, 우리를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두겠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부족이다.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할 이웃이 일본과 호주, 대만, 그리고 한국이다. EU는 물론, 중국의 주변국인 동남아와 인도, 캐나다와도 협력하고 단결해야 한다. 중국에 절치부심하는 몽골도 중국에 무너지고 있어 답답하다. 우리는 당연히 이 점을 부각하고 설득시켜 핵잠을 얻어냈고 재처리를 얻어냈으며 원자력 발전을 하게 된다. 다음에는 핵무기다. 많이도 필요 없다. 견제를 할 “서너 방”이 있으면 된다. 멀고 먼 길이겠지만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기까지는 미국의 핵잠이나 전략폭격기가 한국에 있어야겠다. 그래야 억지력이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많은 다른 팩트 시트들이 공개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치한 투자 실적이 열거돼 있다. 미국으로서는 골치 아픈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다. 우리가 그걸 알고 있으니 협력하면서 얻어낼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 절호의 대상 중 하나가 미국 조선업의 부활, 마스가(MASGA)인 것이다.

미국에 조선소가 없는 것이 아니다. 10월31일, 뉴포트 뉴스 조선소에서 7800t의 핵잠 SSN-801, 유타호를 진수했다. 세계 핵잠의 절반인 66척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니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이 많은 물동량과 공해를 일으키면서도 별로 돈이 안 되는 중후장대한 제조업을 버리고 경박단소하고 마진이 높은 제품과 금융, 서비스업 등에 치중했을 때, 이론상으론 옳았다. 계륵(鷄肋) 같은 3D 산업이라고 조선업을 너무 방치했던 것이다. 공급망인 가치사슬(밸류 체인)의 과정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는 판매액에서 원재료비를 제외한 모든 것이다. 부가가치에는 일하고 참여한 사람들의 인건비와 공과금, 물류비 등이 들어 있어서 그걸로 참여자들과 그 가족이 먹고 사는 것인데 그걸 가볍게 보았다. 그게 일자리 아닌가? 뒤늦게 리쇼어링을 장려했고 수출국은 미국에다 공장을 지으라고 했다. 또 그 압력수단으로 관세를 꺼내어 든 것이다.

미국의 고통은 턱밑까지 찬 재정적자다. 2026년 회계연도부터 향후 10년간의 재정적자가 22조7000억불(3경17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불어나는 재정적자로 “내 코가 석 자”다. 그러니 동맹과 우방을 키워야 산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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