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요 그룹 800조 투자, 울산 낙수효과 제대로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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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요 그룹 800조 투자, 울산 낙수효과 제대로 살려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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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그룹이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논의에서 800조원을 웃도는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미 관세 협상으로 약 48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가 요구되자, 이를 보완하고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생산 기반 강화로 선회한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지역 간 격차는 심각하다. 대규모 자금이 반도체, AI·로봇 등 일부 업종과 핵심 사업지에 집중되면서,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중심의 전통 제조업 도시 울산이 누릴 수 있는 낙수효과는 제한적이다.

삼성의 450조원 투자 중 울산 몫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생산 거점 구축이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투자가 확정될 경우, 울산은 주력 산업 쇠퇴에도 불구하고 미래 배터리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2007년 울산서 철수한 삼성(SDI)은 최근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와 양극재 공장 등 울산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125조원 투자액 가운데 울산 신규 유입은 제한적이다. 울산 전기차 신공장과 수소연료전지 공장이 이미 건설 중이며, 기존 생산 라인 고도화 효과도 크지 않다. 다만 글로벌 수출환경 대응을 위한 1~3차 협력사 지원은 400여 지역 협력업체에 상생 협력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의 128조원 투자 중 울산에는 7조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전부다. 현재 그룹의 전사적 사업 재편 상황에서 추가 투자 확대 가능성은 낮다. SK지오센트릭이 1조800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중단한 사례는 지역 미래 산업 투자 여력이 제한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외 LG, 한화, HD현대 등 주요 그룹의 투자 계획에서도 울산은 사실상 배제돼 있다. 이는 울산이 기업들의 미래 전략 사업 성장 거점으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로 복귀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8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국가와 지역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존 주력 산업 쇠퇴와 글로벌 산업 전환의 파고 속에서 울산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투자 확대와 산업 체질 전환이 동시에 필요하다. 울산이 이번 투자의 고속도로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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