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풍요와 위기의 두 얼굴, 석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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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풍요와 위기의 두 얼굴, 석유 이야기
  • 경상일보
  • 승인 202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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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수진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 교수 운영지원처장

필자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앞으로 40년 후면 지구에서 석유가 사라져 인류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45년이 지난 2025년 현재, 예상과 달리 석유는 첨단 과학기술과 채굴 기법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세계 석유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생산량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생산 확대는 일상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매일 쓰는 자동차 연료부터 버스, 비행기 운항은 물론 플라스틱 용기, 전자제품, 옷, 심지어 병원에서 쓰이는 의료기기까지 석유 기반 자원은 광범위하다. 석유가 풍부해지면 연료비와 생활용품 가격은 안정되지만, 공급 과잉이 되면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어져 주택 난방비와 교통비 등 생활비에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석유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일상과 경제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석유는 단순 연료를 넘어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다. 출근길 자동차, 점심 포장용 플라스틱, 스마트폰 케이스, 저녁 식탁의 식재료까지 석유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석유 없는 세상은 불편함을 넘어 인류 문명의 형태 자체를 바꿔놓았을 것이다.

현재 인류의 에너지 소비의 40% 이상이 석유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동차·비행기·선박의 90% 이상이 석유 기반 연료를 사용한다. 산업, 물류, 교통의 뼈대가 모두 석유 위에 세워진 셈이다. 만약 석유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인류는 여전히 석탄, 나무, 수력 같은 원시적 에너지에 의존했을 것이다. 공장 생산은 지금보다 훨씬 느렸고, 교통수단과 무역은 제한적이어서 오늘날의 ‘지구촌 경제’는 성립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석유가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석유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촉매제였다. 자동차, 항공, 해운 산업의 발전과 함께 의약품, 비료, 합성고무, 플라스틱 등이 발달해 인류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농업은 석유 덕분에 비료와 농약, 농기계 연료를 확보해 식량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석유가 없었다면 농업 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인류는 식량난에 시달렸을 것이다. 도시의 슈퍼마켓은 비어 있고, 원거리 식품 유통은 거의 불가능했다. 산업과 농업, 서비스 분야가 모두 석유 덕분에 효율화된 셈이다.

또한, 석유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중요한 원동력이자 촉매제 역할을 했다. 자동차, 항공, 해운 산업의 발전은 글로벌 무역을 크게 확장시켰고, 석유화학 산업은 의약품, 비료, 합성고무, 플라스틱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탄생시켰다. 석유 없이는 오늘날의 의료기술이나 수술 장비 발전도 어려웠을 것이며, 이로 인해 인간의 평균 수명 역시 크게 늘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석유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닌 자원이다.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핵심 원인이며, 대기오염·해양오염을 일으키고 기후변화를 가속시켰다. 또한 석유를 둘러싼 경쟁은 중동전쟁, 석유파동 등 국제 갈등의 원인이 됐다. 석유가 제공한 편리함 뒤에는 이렇듯 거대한 환경적 대가가 숨어 있다.

그럼에도 석유는 여전히 인류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다. 태양광과 풍력, 수소 에너지 등의 대체 자원이 개발되고 있지만, 석유만큼 풍부하고 저비용인 자원은 아직 없다. 결국 우리는 석유 덕에 문명을 세우고, 석유로 인해 기후 위기를 맞았다. 석유가 없는 세상은 불편했겠지만, 석유가 있는 세상은 풍요로우면서 불안하다. 인류의 과제는 바로 그 두 세계의 사이, 즉 균형을 찾는 일이다.

석유가 열어준 문명의 길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석유가 초래한 부작용을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이제 우리는 석유에 감사하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태양과 바람, 수소 에너지가 언젠가 그 자리를 대체하더라도, 인류는 석유가 남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문명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앞으로의 세대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구수진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 교수 운영지원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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