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아동들의 이름 없는 죽음을 돌아봐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세상을 떠난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은 1670명이다. 이 중 638명(38.2%)은 자살·타살·교통사고·익사 등 질병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생을 마감했다. ‘638’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의 기록이다.
아동의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위험 신호를 놓친 결과다. 우리가 반복해서 놓친 그 신호 속에서, 또 다른 비극이 자라나고 있다.
2008년 울산에서 의붓어머니의 학대로 숨진 아이, 2013년 울주군의 여덟 살 소녀, 2014년 또 다시 울산에서 발생한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 비슷한 비극은 울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해마다 다른 이름의 아동들이 같은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평균 43.8명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살해(타살)된 아동의 수는 평균 52.8명이고, 사망 원인을 상세불명 및 기타 외부요인까지 확장하면 그 수는 5년 평균 126.8명까지 늘어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매년 100명에서 150명 정도의 ‘숨은 아동학대 사망’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놓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동이 사망한 뒤에야 대응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다음 아이를 지킬 수 없다.
아동사망검토제도는 아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는 국가 제도이다.
아동의 사망을 단순 개인이나 가정의 비극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로 보고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미 미국·영국·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며, 전문가들이 보건·복지·교육·의료 전반에 걸쳐 사망 사례를 분석해 제도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구조가 필요하다.
아동사망검토제도의 핵심은 세 가지다.
‘모든 아동의 사망’에 대한 조사 도입과 아동사망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 그리고 범부처 차원의 아동사망 근절을 위한 독립적이고 상시적인 기구 마련이 그 핵심이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사망의 사례검토 및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아동사망 조사 및 예방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이며,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러 차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번번이 아동의 죽음과 함께 되풀이됐다. 이제는 다짐이 아니라 제도로 약속해야 한다. 아동사망검토제도는 그 약속을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는 첫걸음이며,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사회가 함께 묻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고치는 일이다.
아동의 죽음은 결코 통계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그 숫자 뒤에는 이름이 있고, 꿈이 있었고, 어른들의 무관심이 있었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은 매년 11월19일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고 모두가 아동을 보호하자는 사회적 약속을 다짐하는 날이다.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하며 매년 11월19일을 기념하지만, 아동들이 보호받기는커녕 폭행과 방임으로 인해 다치고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반복되는 아동의 죽음, 이제는 멈춰야 할 때다. 아동의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같은 이유로 또 다른 아동이 세상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방 가능한 죽음이라면 사회가 기꺼이 나서야 한다. 아동사망검토제도의 도입으로 비극을 막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목소리와 지지를 간곡히 부탁한다.
오정현 세이브더칠드런 동부지역본부 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