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 (71)]‘케데헌’ 세계에 한국문화 도약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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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 (71)]‘케데헌’ 세계에 한국문화 도약 알리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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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

요즘 우리나라는 경기부진과 고용애로, 미국 관세부과 영향 등으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이 와중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두 가지 일이 있다. 하나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껄끄러운 미국과 중국에 대해 정치 경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대중문화예술면에서 한국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약칭 케데헌; K-Pop Demon Hunters)’가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미국 제작 애니메이션 영화는 유명 케이팝 3인조 걸그룹이 무대위에서는 노래부르고 춤추는 가수이지만, 한편 무대 밖에서는 세상과 대중을 현혹시키는 악령들을 내쫓는 퇴마사 사명을 완수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와 영화속 의상과 음악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미국 핼러윈 때에는 ‘케데헌’ 영화속 의상을 구하느라 미국 부모들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또한 ‘케데헌’의 주제가 ‘골든 Golden’이 미국 그래미상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좋은 소식이다. 그 인기는 영화 배경지인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멜론 노래 순위 1위, 국립중앙박물관의 오픈런에 이어 지난 11월 주말에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2000여대의 드론이 ‘케데헌’을 주제로 밤하늘 드론쇼를 펼쳤다.

우리가 즐거워하는 세계적 ‘케데헌’ 신드롬의 인기와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문화예술에 있어서 가장 지역적인(local) 것이 가장 세계적(global)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 국제사회는 아직 미국중심 일극체제 안에 들어있다. 문화적으로는 미국 주류문화인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WASP) 문화전통이 상위에 위치한다. 최근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주류문화 다음으로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이더니 열광하기 시작했다. 미국 문화계는 K-pop을 꾸준히 소비하더니 드디어 가장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분야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주목했다. 노래라는 음성 단일분야에서 영화라는 음성-영상의 복합분야로 관심이 확장된 것이다. 이미 미국 영화계는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등에 수상을 결정함으로써 한국의 영상예술이 미국문화 속에 편입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이러한 ‘케데헌’의 성공 배경에는 한국인의 근면성과 정직성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계의 도전과 성공 스토리 그리고 가무를 즐기는 민족적 특성을 바탕으로 케이팝, 춤, 미술 등의 꾸준한 성장이 그 뒷받침을 해 온 덕분이다.

영화는 종합예술로서 영상, 노래뿐만 아니라 지역성과 문화관습을 포함한다. ‘케데헌’은 한국문학의 스토리와 사고방식 그리고 한국의 특정장소, 식습관, 전통문화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더불어, 삼성과 GS 등 한국 기업의 상품 정보까지도 제공한다. 한국이라는 국가와 민족문화의 최고 홍보물이다. ‘대장금’ 드라마가 아시아, 중동, 유럽을 거쳐 이제는 아프리카로 퍼지는 한류의 첨병이 됐듯이, 이제 ‘케데헌’은 북미와 중남미를 거쳐 영국에까지 한국문화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악평론가들에 따르면 가수 이재가 부르는 ‘골든’(Golden)을 포함한 케데헌 속 노래들은 한국 전통음악의 장단과 민요선율이 현대 팝뮤직 감각과 절묘하게 섞여 있다고 한다. 굿거리, 세마치 장단과 5음음계 사용을 지적한 것이다. 코러스 멜로디는 반복되는 후렴귀와 떼창 방식으로 세계 청중이 따라 부르기 쉽게 만든다. 한국에서는 매우 익숙한 음악전통이다. 미술전통과 관련해서는 일월오봉도, 작호도를 비롯한 한국 전통민화 요소가 들어있다. 관련 캐릭터, 키링, 자개노리개가 중앙박물관 매장에서 인기가 많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까치 캐릭터 ‘서씨’와 호랑이 캐릭터 ‘더피’에 영감을 준 전통민화 그림 배지는 연일 매진행렬이라고 한다.

‘케데헌’ 인기 덕분에 서울방문 외국 관광객 숫자가 지난 7월 136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찍었고, APEC 정상회의 이후 경주 방문 내국인은 23%, 외국인은 35% 급증했다고 한다. 덕분에 한국 관광과 경기 활성화가 이뤄지고 전세계로 한류확산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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