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 ‘전국 최대 액체허브항’ 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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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항 ‘전국 최대 액체허브항’ 위상 흔들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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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신항 남항 전경. UPA 제공
울산항의 물동량 감소는 단순한 경기 둔화나 일시적 수요 위축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산업지원항만인 울산항은 지난 수십년간 국내 최대 액체허브항만의 지위를 지켜왔다. 세계적 액체화물 처리기업인 보팍, 오드펠, 스톨트를 비롯해 국내를 대표하는 유화업체인 S-OIL. SK에너지 등을 배후에 두면서 액체화물 처리항만으로 독보적인 처리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같은 액체화물이 부침을 겪고 있다.

울산항은 올해 들어서도 누적 기준으로 전국 유류 물동량의 약 30%를 담당하며 여전히 ‘액체화물 1번 항만’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물량이 많은 만큼 충격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받는 구조적 취약성이 큰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 등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 ‘전국 최대 액체허브항’ 타이틀을 다른 항만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해양수산부 PORT-MIS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울산항 유류 물동량은 약 1억330만t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전체 유류 물동량(3억4451만t)의 30% 수준이다. 2위인 광양항(8331만t)과 물량 격차는 2000만t이다.

9월까지 누적 전국 유류 물동량이 전년 대비 2.1% 감소한 가운데 울산항 역시 2.0% 감소하며 사실상 전국 하락 흐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울산항의 물류 흐름은 지역 산업과의 연동성이 가장 큰 항만 구조라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으로 지목된다. 울산은 부산처럼 컨테이너 중심 항만이 아니며 인근 지역 항만처럼 원자재와 철강 단지까지 결합된 복합 물류항만도 아니다.

전체 물동량의 80% 이상이 정유·석유화학 중심의 액체화물이기 때문에 석유화학·정유 및 제조업체의 부진은 곧 항만 약화로 직결된다.

실제 10월 울산항 액체화물 처리량은 1247만1205t(추정)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컨테이너 수출입 물동량은 2만8103TEU로 21%나 각각 급감했다. 단기 부진이 아니라 매달 누적되는 구조적 침체 흐름이라는 점에서 울산 제조업 수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역 수출 흐름 역시 항만 상황과 정확히 겹친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에 의하면 10월 울산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30.4% 감소했고, 누계로도 13.6% 줄었다. 석유제품은 10월 들어 일시적으로 10.1% 증가했지만, 누계는 8.9% 감소해 산업 수익률 자체가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수입 역시 1월부터 10월까지 원유 -10.4%, 석유제품 -36.1%로 석유화학분야 수·출입 전분야에서 부침을 겪고 있다.

그러면서 10월까지 울산항 누계 화물 처리량은 1억6425만t으로 집계됐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라면 단순계산으로 연말까지 1억9700만t을 처리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7~2019년 3년 연속 유지했던 ‘물동량 2억t 시대’에서 2020년 이후 올해까지 무려 6년 연속 미달 기록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산업 기반이 흔들리면서 항만 체력도 함께 떨어지는 구조적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반면 여수·광양항은 올해 다소 감소하고 있지만 건화물·액체화물·컨테이너 등을 함께 처리하는 복합항만 구조 덕분에 여전히 2억t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은 환적과 글로벌 컨테이너 허브 기능을 기반으로 연간 4억6000만t 이상을 꾸준하게 처리하고 있다. 항만 경쟁력의 중심이 수치가 아니라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울산항이 다시 2억t 시대를 회복하려면 정유·석화 중심 항만 구조에서 벗어나 환적 등 컨테이너 물량 회복 및 수출형 복합물류항으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극항로 대응 △수소·암모니아 연료항 전환 △액체화물+컨테이너 복합물류 모델 구축 등 산업구조 변화에 부합하는 항만 전략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울산항의 위기는 항만 위기가 아니라 산업 기반의 위기”라며 “울산항의 체질을 개선하는 접근 없이는 2억t 회복은커녕 1억t대 정체가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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