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을 다하고 남에게도 빛이 되길
해마다 오는 구월 아홉 마디 꺾어 절며
행여나 오시는 길 비얄밭을 설레다가
향기만 떨칠 수 없어 그냥 차마 꺾는다 <모계>
오늘 하루도 축복인 날이다. 오늘은 언제나 다가오지만 그 누구도 내일을 보장할 수는 없다. 나날을 열어가고 열리는 오늘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축복이다. 아침 햇빛 속에 창을 열어 심호흡으로 새날을 맞는 일은 신선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새 아침을 맞이해 놓고 어제의 걱정을 되풀이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대로 받아들이고 또 새로운 하루를 설계할 일이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삶은 서러움이든 기쁨이든 조용히 다가온다. 젖었다가 흔들리다가 그렇게 성장하는 나무를 보고 꽃과 열매를 보며 배운다. 같은 지구 위에 발 딛고 사는 생명체로서 인간은 뭘 그리 대단한가. 꽃은 꽃이라서 열매는 열매로 나무는 또 나무로써 각각 제 본분과 순명(順命)을 다하고도 다른 생명체에게 이로움을 주지 않는가. 그런 자연 속에 사는 인간은 지구 위의 다른 생명체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구 온난화 생태파괴의 주범은 인간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마다 기온이 상승해 지난 여름의 뜨거움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로 인해 빙하는 녹고, 북극항로는 열린다. 중국 상해는 발 빠르게 벌써 몇 차례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하는 사례를 보고 있다. 북극항로의 길목인 울산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최근 롯데호텔 울산 그랜드볼룸에서 울산시가 주최하고 울산 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울산 북극항로 활성화 국제협력 포럼’이 있었다. 참으로 의미 있고 울산이 다시 도약할 기회를 꽉 잡아야 할 내용이었다. 그러나 시 당국에서 한 분이 참석하긴 했지만, 예산편성과 정책에 직접적이고도 영향력 있는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석유화학산업은 이미 지는 해와 같은데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어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이 시기에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음력 구월에 피기 시작한 구절초는 밤사이 내린 된서리에 아홉 마디 꺾여 절며 지고 만다. 그 또한 생명체의 순명인 것이다. 한분옥 시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