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북정동 58-6 일원에 위치한 삼일회관은 1921년 울산청년회관으로 건립돼 신간회 울산지회 발기대회가 열린 항일운동의 거점이자 노동·여성운동, 시민교육, 문화강연 등 근현대 울산의 사회운동 흐름을 담은 대표적 역사 공간이다.
1971년 시민 모금으로 재건축되며 ‘삼일회관’으로 명칭이 바뀐 이후에도 향토사 연구와 지역 공동체 활동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중구 B-04 주택재개발 구역 사업계획이 인가되고 본격적인 철거 준비가 진행되면서 삼일회관이 흔적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7일 열린 중구의회 도시과 행정사무감사에서 강혜순 의원은 “삼일회관은 울산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생활문화자산임에도 이를 지키려는 최소한의 행정적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행정이 보존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중구는 올해 3월 의회 서면질의에 “후세가 기억할 수 있는 보존방안을 조합과 협의하겠다”고 답했지만, 불과 13일 뒤 조합의 자금차입을 승인하며 보존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 또 보존 방안을 조합이나 문화관광과와 검토·협의한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의회 산하 연구단체가 추진한 ‘울산 중구 역사문화공간 재생방안 연구’에서는 삼일회관을 원형 보존하거나 일부를 남겨 기록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아카이빙 기반 재생 등 복수의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행정은 대안 검토 없이 재개발 편의와 사업성 중심 판단만 반복해 왔다는 지적이다.
강 의원은 “재개발 사업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사전조사 부재와 영향평가 부실, 유산 가치 평가 체계 부재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정비계획 수립 시 역사문화유산 의무 조사와 대안 시나리오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구는 “삼일회관의 근대역사적 가치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삼일회관과 관련된 문제는 B-04 재개발사업 시행자인 조합 총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향후 문화재 조사 등 사업계획 변경 요인이 생길 때 존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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