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을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 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 떨지 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을 안고 가는 길
고운사. 이름도 고운 이 천년고찰은 지난 3월에 산불로 소실되었다. 한번 가보리라 마음만 먹고 가보지 못했는데, 이젠 마음으로만 찾아볼 수 있는 사찰이 되었다. 고운사의 외나무다리도 흑백사진으로만 남았다.
사진에선, 가지만 대강 쳐낸 줄기와 판자를 이어 만든 다리가 바닥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보여 아찔한 느낌이 든다.
시인은 이 외나무다리를 삶의 길로 비유한다. 더구나 다리는 벼랑 끝에 걸려있다. 밑에 거센 물살도 지나간다.
산다는 건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위태로운 길이다. 그렇다고 비켜서거나 물러설 수 없는, 그저 묵묵히 걸어야만 하는, 그것을 시인은 ‘수정할 수 없는’, 그리고 ‘단호히 나를 꿰뚫었던’이라고 표현하였다. 삶은 왜 사냐고 묻기 이전에 그냥 살아가는 것. 내가 어쩌지 못하는 힘이 나를 존재하게 했으니, 그 운명의 손에 나를 맡기는 것. 그럴 때 길은 더 먼 곳으로 우리를 건네주고, 생채기 난 인생을 엎드려 받아준다.
무엇보다 누군가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다는 표현이 아프면서도 위안을 준다. 두려움 없이 사는 삶이 어디 있으랴. 우리는 불안 속에 사는 존재,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그 다리를 건너고 그 길을 걸어야만 하는 존재이니.
송은숙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