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들의 희망과 나눔을 담은 사랑의 온도계가 다시 온기를 밝히기 시작했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일 울산시청 광장에서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며 ‘희망2026 나눔캠페인’의 출발을 알렸다. 내년 1월31일까지 62일간 이어지는 이번 캠페인은 ‘행복을 더하는 기부, 기부로 바꾸는 울산’을 슬로건으로, 목표액은 72억5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7000원 나눔 릴레이’다. 울산 시민 약 110만명이 1인당 7000원씩 참여하면 목표액을 채울 수 있다는 발상으로, 기부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QR코드와 온라인 모금 등으로 접근성을 높인 시도 역시 ‘많이 내는 몇 사람’이 아니라 ‘조금씩 내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나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울산의 연말연시 나눔 캠페인은 이미 5년 연속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희망2025 캠페인’에서는 71억5000만원 목표에 72억7300만원을 모아 사랑의 온도 101.7℃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캠페인 막바지까지 온도탑은 100℃에 한참 못 미쳤고, 지역 대기업들의 고액 성금이 쏟아진 뒤에야 간신히 목표를 넘겼다. 전체 모금액의 70%가 넘는 50억원대가 기업 기부였고, 울산은 7개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늦게 100℃를 찍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올겨울엔 지갑을 더 닫을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그래서일수록 나눔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7000원은 한 끼 식사비보다 적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난방비와 생필품, 돌봄 서비스로 이어지는 소중한 안전망이 된다. 청소년과 직장인, 소상공인과 노년층까지 각자의 형편에 맞춰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진정한 의미다.
기업의 책임 있는 기부는 여전히 중요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이웃의 겨울을 함께 책임지는 일은 지역 공동체의 최소한의 약속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울산이 마주한 과제는 ‘기업 덕분에 겨우 채우는 100℃’가 아니라 ‘시민과 기업이 함께 만드는 100℃’다.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일은 다수 시민의 작은 참여가 쌓일 때 지속성을 갖는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씩 오른다. 숫자 몇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자의 형편에 맞춘 7000원, 혹은 그보다 적거나 많은 참여가 모여 ‘울산의 온도’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 중요하다. 올해 캠페인이 울산 나눔 문화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그 시작이 오늘 우리의 작은 결심 하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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