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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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8)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2.02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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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서생포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서생포성 전경. 울산시 제공

옥화의 말을 듣고 있던 천동은 난감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었고, 결정을 미루고 그녀에게 답을 안 해주면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그가 고민하던 차에, 마침 그곳에 당도한 부지깽이(강목)가 옥화의 말을 듣고 끼어들었다.

“갑자기 혼인이라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아, 저 그게, 별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라.”

“저, 이 오라버니랑 혼인할 겁니다. 그렇게 아세요.”

옥화는 천동이 답을 주지도 않았는데 그를 가리키며 냉큼 말했다.

“나리, 아가씨가 예쁜데 혼인하겠다고 하세요.”

“그 옆의 처자는 어떻게 나랑 안 될까요?”

부지깽이(강목)가 넌지시 옥화 옆에 있던 처자에게 추파를 던졌다.

“전 아직 혼인 같은 거 생각 없습니다.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옥화의 동무는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때 먹쇠(대식)가 커다란 토끼 한 마리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나타났다.

“이 정도면 먹음직하지?”

“그래, 그 정도면 여럿이 먹어도 되겠네. 일단 장소를 옮기자. 저 바위 뒤에 왜구들의 시신이 있는데 여기서 구워 먹기는 좀 그렇잖아.”

천동과 동무들, 아가씨 등 다섯 명은 마을 쪽으로 한참을 내려가다가 계곡에 자리 잡고 토끼를 손질한 후에 통구이를 해서 먹었다.

“야, 사내들 셋이 먹는 것보다 아가씨들과 같이 먹으니 훨씬 맛있다, 그치? 봉사 나리도 그렇죠?”

봉사 나리라는 말에 두 처녀의 낯빛이 굳어졌다. 그냥 자신들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편하게 생각했는데, 봉사라는 관직의 양반이라니까 갑자기 모든 게 불편해졌다.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챈 부지깽이(강목)가 이번에도 끼어들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요, 이렇게 꽃 같은 아가씨들이랑 같이 있는데 안 먹어도 배가 부르지. 낭자들, 같이 먹어줘서 영광입니다. 고맙습니다.”

부지깽이의 너스레에 옥화와 동백은 흰 이를 드러내며 해맑게 웃었다. 천동은 마음이 아늑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또 이 순간에 갑자기 국화 누이가 생각났다. 천동은 요즘 자신이 왜 이러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누이를 한번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추슬렀다. 그때 멍하니 생각에 잠긴 천동이 이상하다는 듯이 옥화가 물었다. 관직 따위는 싹 빼고, 들은 바 없다는 듯이 처음의 호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오라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혹시 제가 혼인하자고 한 거 때문에 고민하시는 건가요?”

“아니야, 나 같은 사람한테 옥화같이 예쁜 처자가 시집온다고 하면 감사해야지 무슨 고민을 해. 나에게 옥화는 너무 과분해. 아마 부모님들이 몹시 심하게 반대하실 거야.”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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