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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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9)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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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관문성 전경. 울산시청 제공

“부모님께서도 오라버니를 아세요. 좋은 총각이라고 하셨어요. 절대 반대 안 하실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기왕 말이 났으니 좀 있다가 저랑 같이 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려요.”

대책 없이 마구 들이대는 옥화로 인해 천동은 정신이 없었다.

“혼인이라는 게 중간에 오작교를 놓는 매파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예부터 내려온 풍습인데, 이 조선땅에서 이런저런 거 다 무시하고 이래도 되는지 생각해봐야 하잖아.”

“역시 오라버니는 양반님이라서 그런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거네요.”

“나는 그런 거 안 따지는 사람이야. 그렇지만 혼인이라는 게 우리 두 사람의 문제만은 아니잖아.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법도가 있어서 그러는 거지. 인륜지대사에 최소한의 절차는 있어야 하는 거야.”

천동의 말을 듣고 옥화는 다시 침울해졌다.

‘하필 가슴을 본 사람이 양반일 게 뭐람.’

그녀는 자신과 처지가 같은 양민과의 혼례를 생각했을 뿐, 태어나서 한 번도 신분이 다른 양반과의 혼례는 꿈꾸어 본 적이 없다. 천동은 그녀가 깊게 고민하자 자신이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러자. 인사드릴게.”

“뭐야, 혼인은 인륜의 뭐라고 하던데, 이렇게 막 결정해도 되는 거요? 둘 다 신중하게 결정해. 최소한 며칠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해도 되잖아요. 뭐가 그리 급한데?”

두 사람 다 혼인을 소꿉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된 부지깽이가 한 마디 했다.

“우리 부지깽이 또 유식해지려고 하네. 네 말도 맞지만 옥화는 내게 과분한 규수야. 게다가 우리는 이제 어쩔 수 없이 혼인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어.”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두 사람이 혼인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어요?”

“먹쇠야, 너는 아는 거 있어? 도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야?”

“어떨 때는 그냥 궁금해도 넘어가 주는 게 상대방을 위한 거야. 네가 내 동무라면 더 이상 묻지도 말고 알려고도 하지 마. 그냥 날 믿어 줘.”

말이 길어지면 옥화가 곤란하게 될 거 같아서 천동은 목소리를 낮게 깔고 진지하게 말했다.

“아, 알았어요. 그럴게요. 나야 봉사 나리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겁니다.”

“그래야지. 보지 않고 믿는 자에게는 더 큰 복이 생기는 법이거든.”

“…”

동백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낯선 사내인 천동에게 가슴을 보이고도 최악의 상황을 최상의 상황인 혼인으로 연결시키는 자신의 친구 옥화의 기지와 대담함이 부러웠다. 옥화가 아닌 자기가 천동에게 가슴을 보이는 수치를 당했다면 그렇게 용감하게 혼인해 달라고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대부분의 처자들이 다 그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짚신도 짝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오늘 이 순간 확실히 믿게 되었다. 아직 부모님들의 승낙도 안 받은 상황인데도 세 사람은 천동과 옥화의 혼인을 미리 축하해 주며 박수를 손이 아프도록 쳐 주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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