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92)한산도 야음-이순신(1545~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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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92)한산도 야음-이순신(1545~1598)
  • 경상일보
  • 승인 202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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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적을 물리치겠다는 일편단심

남쪽 바다에 가을빛 저물었는데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떴구나
근심이 가득한 마음 잠 못 이루는데 잔월이 궁도를 비추네
(난중일기)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뭍에는 단풍이 한창인데 남쪽 바다는 물이 차고 물결은 매우 사납다. 한산섬 앞바다에 서면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임진왜란 당시, 바람 앞의 등불이었던 나라를 지켜 낸 충무공의 깊은 인간적 고독이 번져와 이곳에 오면 출렁거리는 물결 속에서 처절하면서도 애절함이 느껴져 온다. 태산처럼 무겁게 행동하신 장군의 전략과 백성에 대한 사랑이 담긴 난중일기를 읽으면 언제나 목이 멘다.

겨울 바다 안개는 일찍 걷힌다. 물 위에 낮게 뜬 안개 속으로 판옥선도 거북선도 아닌, 작은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왜선을 한산도 앞 바다로 유인하여 학익진을 펼치고 적선을 포격하여 수많은 왜적을 쳐부수었던 그 바다 위로 나간다. 임진년, 왜적은 동남풍을 타고 바다를 건너왔고 장군은 북서풍의 거센 바람을 타고 적을 무찔렀다.

바다와 섬들은 바람으로 점점 가벼워지고 아침 햇살이 섬과 안개 사이로 스며들어 바다는 붉게 눈뜨고 섬은 푸르게 일어나 앉는다.

우리는 위대한 장군을 때론 잊고 있지만, 일본은 패망 직후까지 사관학교에서 ‘이순신의 전략’이 필수과목이었다. 오늘의 강한 일본이 있음은 메이지유신 때부터 이순신을 연구한 결과라고 일본인 스스로가 하는 말이다.

20년 전 우연히 국보 76호인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와 ‘임진장초(壬辰 壯草)’ 친필 초고본(草稿本)을 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복사본이었다. 전편이 초서로 되어 있어 해독은 어려웠지만 웅혼(雄渾)한 필치는 장군의 인품을 직접 대하는 것 같은 전율이 일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순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난중일기’ 친필과 ‘임진장초’ 친필 초고본 등 이순신의 애국심이 그대로 베여있는 귀중한 세체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위 엇시조에서 근심하여 잠 못 이루는 밤 새벽달이 활과 칼을 비춘다고 하셨다. 오로지 활과 칼로써 적을 무찌르겠다는 일편단심을 우리는 읽을 뿐이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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