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붕괴사고 한달, 10여년내 해체 대상 40기…컨트롤타워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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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화력 붕괴사고 한달, 10여년내 해체 대상 40기…컨트롤타워 구축 시급
  • 이다예 기자
  • 승인 2025.12.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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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화력발전소 60m 높이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 경상일보 자료사진

‘참사(慘事)’. 지난 11월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는 9명의 사상자를 냈다.

63m 높이의 대형 구조물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매몰된 노동자 7명은 끝내 모두 숨졌다.

사고 발생 한 달, 무엇이 무너졌고 무엇이 아직도 서지 못했을까. 울산화력발전소처럼 향후 10여 년 안에 해체 대상이 되는 노후 발전소만 40기에 달한다.

사고 직후부터 안전 관리·감독 사각지대 지적과 의구심이 봇물처럼 쏟아진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과 철저한 수사 필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예견된 참사…폐쇄는 앞장·안전은 뒷전

최근 몇 년 사이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 흐름과 국내외 에너지 정책 변화 속에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해체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정부는 올해 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국내 화력발전소 61기 중 노후화된 40기를 오는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PPCA(탈석탄동맹)에 가입하며 2035년까지 최소 53%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2040년까지 40기를 폐쇄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는 이런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대표적 인재로 지목된다.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 규모의 초대형 보일러 타워를 해체하면서 고도의 숙련공 투입은커녕 기본적인 안전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잇따랐다. 지역 산업현장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린 안전불감증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지역 노동계는 “이번 사고는 예견된 참사였다”고 성토했다.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은 탄소중립 목표만 바라본 채 무리하게 작업했고, 시공사인 HJ중공업과 하도급 업체인 코리아카코 또한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사고는 당초 취약화 작업이 계획된 구간보다 10m가량 높은 지점에서 발생했다. 작업자들은 철골 기둥 1m·12m 지점에서만 취약화 작업을 하도록 돼 있었지만, 사고는 25m 높이에서 작업 중 일어났다. 취약화 작업은 철골 등을 잘라 구조물이 쉽게 무너지도록 하는 것으로, 정확한 절단 위치와 지지력 계산 등이 필수여서 고난도 작업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공정이 울산화력발전소뿐 아니라 앞으로 해체될 노후 화력발전소 현장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노후 화력발전소 해체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화 작업 등을 관리할 안전 매뉴얼과 전문인력 체계는 여전히 공백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자는 없고 작업자만 있던 현장…진상규명 촉구

“다들 먹고 살려고 벼랑 끝에서 목숨 걸고 하는 거지.”

플랜트건설 현장 근무 35년차인 A씨는 한 달 전 사고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위험한 공정을 진행하는데도 미숙련 작업자들만 현장에 있었다는데, 다단계 하청 구조식이면 사고가 안 나는 게 이상하다”고 토로했다.

사망자 7명 중 6명은 단기 계약직이었고, 나머지 1명만 코리아카코 정직원이었다. 고난도·고위험 작업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구조,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또 다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후 발전소 해체 작업을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구조물도 건축물과 동일한 안전 기준과 사전 평가 절차를 의무화해 관리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보일러 타워는 건축물이 아닌 공작물로 분류돼 해제 과정에서 지자체 관리·감독망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 허점으로 지목됐다. 이에 관할 지자체인 남구는 감리자 지정도 하지 못했다. 남구는 뒤늦게 공작물 해체도 신고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현철 한국안전연구원 대표(울산대 겸임교수)는 “건축물은 점검·검사 제도가 있지만, 보일러 타워 같은 대형 구조물은 법적 관리체계가 거의 없다”며 “위험성은 건축물과 다르지 않은데 이름만 다르다고 적용 법규가 달라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보일러 타워와 같은 구조물도 건축물처럼 사전 위험성 평가와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관공서 점검·검사 체계를 통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노동부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압수물 분석과 함께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추가 감식에도 나선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3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잔해물과 철근 두께 등을 추가로 확인했다. 수사 진행 상황을 통해 입건 범위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진상 규명, 책임자 사과, 사고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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