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의사법 통과, ‘울산형 인력 파이프라인’ 설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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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역의사법 통과, ‘울산형 인력 파이프라인’ 설계부터
  • 경상일보
  • 승인 2025.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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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를 통과해 2월 시행하는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지방 의료공백을 구조의 문제로 보고 국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지역 의료인력 부족을 임시처방이 아닌 제도체계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가 생겼다고 인력이 곧바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울산은 이 법의 효과를 가장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도시다. 개원을 앞둔 산재전문공공병원은 의료인력 확보가 큰 변수로 꼽힌다. 산업도시 울산은 외상·응급·재활·산업의학 등 필수의료 수요가 크지만, 이 분야 전문의 부족은 오래된 구조적 문제다.

입구는 이미 열려 있다. 울산대 의대는 2026학년도 기준 전체 모집정원 40명 가운데 약 57%를 부·울·경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한다. 전국 의대 가운데서도 지역인재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문제는 출구다. 지역에서 선발한 인재가 지역에서 수련하고, 지역 병원에서 경력을 쌓아 정착하는 경로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 57%는 지역 의료로 환원되지 않는다.

과제는 제도를 현실로 연결하는 설계다. 우선 지역인재를 대상으로 한 ‘울산형 지역의사 트랙’을 자발적 선택형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의무복무만 앞세우기보다 장학금, 주거지원, 수련기회를 묶어 제시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법에 담긴 제재 조항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 머무를 실질적 유인책이다. 수련구조도 울산 안에서 정리돼야 한다. 복무형 지역의사는 의대 졸업 이후 수련을 거쳐야 현장에 투입된다. 산재전문공공병원과 기존 거점병원, 추진 중인 공공의료원이 전공의·전문의 수련경로를 공유하고 필수과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지 않으면 장기복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복무형 인력이 현장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공백도 외면할 수 없다. 복무형 전형이 실제로 작동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계약형은 보조 수단이 아니라 핵심 장치가 된다. 필수과 차등 처우, 당직 부담 완화, 교육·연구 기회, 가족을 포함한 주거·교육 지원을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계약 종료 때마다 인력이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될 것이다.

지역의사법은 출발선에 가깝다. 울산은 의대의 지역인재라는 입구와 산재전문 공공병원·공공의료원이라는 수요처, 산업도시 특유의 의료 수요를 동시에 갖고 있다. 문제는 연결이다. 울산시가 인력 수급과 예산을 관리하고, 대학과 병원이 수련과 근무환경을 책임지는 역할 분담이 작동할 때 지역의사는 규정이 아니라 울산 의료현장의 실제 인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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