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60년 전통의 제조업 도시라는 한계를 깨고,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퀀텀 점핑 도시 전략을 내놓았다. 제조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반도체 소재, 생명공학(바이오), 수소기술 등 미래 핵심 전략기술을 기존 제조업 현장에 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유-임팩트(U-IMPACT) 미래성장전략’이다. 이는 영화 ‘딥 임팩트’에서 지구를 향해 다가오던 거대한 혜성처럼, 피할수 없는 변화의 물결인 4차 산업혁명에 정면으로 맞서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울산의 의지를 담고 있다.
울산시가 16일 공개한 ‘유-임팩트 성장전략’의 중심에는 ‘산업 인공지능(AI) 기반 신제조 혁신’이 자리한다. 울산 주력 산업 공정의 특성을 반영한 고신뢰 자율제조·자율운전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산업 현장 데이터를 표준화해 디지털 트윈 기반 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조 AI 없이는 울산 산업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여기에 양자기술을 산업화로 연결하는 ‘큐-점프(Q-JUMP) 프로젝트’와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공급망 강화, 디지털 기반 차세대 노화 연구 및 치료제 개발, 수소 생산·저장·활용 고도화와 탄소중립형 합성연료 개발 전략을 포함한다. 유-임팩트 전략은 울산 산업 생태계 전반을 재설계하려는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비전이 곧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임팩트 전략이 현실화되려면 무엇보다 국가 전략과의 정합성이 관건이다. 국가 첨단전략산업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으면 예산 확보와 지속 가능한 추진 동력 모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역 전략이 정부 정책에 반영돼야만 기술 융합형 산업 전환이 조기에 안착하고, 선순환 구조 구축도 가능해진다.
정책 연속성의 불확실성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중앙집권적 개발 시대는 지났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정권 변화와 정치 지형이 지역 발전을 좌우한다. 인구가 적어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인 울산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더욱 치밀한 전략과 실행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재다. 개방형 연구 인프라 구축과 함께 지역 맞춤형 인재를 키워 청년들이 머물며 도전할 수 있는 산업·정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산업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유-임팩트 전략은 울산이 변화를 피하지 않고 스스로 충돌을 설계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추진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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