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24)모심을 받는 풍경-도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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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24)모심을 받는 풍경-도화공원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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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층은 주차장 이층은 공원이다
동쪽과 서쪽 지형 키 높이 다르지만
직사각 공원의 얼굴 반듯하고 여유롭다

도서관 곁에 끼고 문화 시민 향기 난다
쓰레기 하나 없이 모심을 받는 공원
흙 마당 옆에 잔디밭 배수로가 환하다

비 와도 고이는 물 밟을 일 없는 이곳
물 빠짐 척척 되니 모든 일들 순조롭다
철쭉꽃 분홍빛 발산 웃음 짓는 주민들


도화공원이란 말을 들었을 때 복숭아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살짝 가졌다. 공원아래층에는 생각지도 못한 공영주차장이 있어 준비된 공원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주차장은 동쪽에서 보면 일 층이고 서쪽에서 보면 지하 일 층쯤으로 보인다. 주차장 위에는 공원이 있는데 찾아간 날은 공원의 철쭉꽃이 공영주차장 담에 연분홍 얼굴을 내밀고 있어 공원을 밟기 전부터 힐링이 되었다.

주차장 쪽에서 공원을 오르려 하니 좌측에 중구자율방재단의 건물이 있다. 두 건물 사이에 있는 소담스러운 길을 통하니 네모반듯한 공원이 기다리고 있다. 보는 순간 잘 정리된 어느 집 안방을 보는 듯했다. 좌측에는 “가까운 도서관”이라는 작은 건물이 있고 오른쪽에는 놀이시설과 운동기구가 있다.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는 공원에는 자율방재단원인 듯한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 주변을 오갔다.

한눈에 공원의 구조가 파악되는 곳이어서 여기저기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없었다. 들어서서 밟게 되는 흙 마당이 끝나는 지점에 잔디밭이 있다. 잔디밭을 전면에 둔 반달 형의 데크 무대가 있고 좌측에는 앉을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이 공원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딱 세 군데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다. 주변 주택보다 높게 지어져 있고 가장자리 부분의 담장이 철제 난간으로 돼 있다. 세 개의 길을 통해 쉽게 오갈 수 있기에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 공원 주변에는 나무가 많지 않다. 한 나무 건너 휑하고 또 한 나무 건너 휑했다.

운동기구를 사용하시던 할머니가 주변에 난 쑥을 캐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쑥이 많이 있냐고 하니까 여기만 수북하게 나 있어 캐고 있다고 하셨다. 이곳에서 행사 같은 게 있는지를 물으니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간은 준비를 마쳤는데 활용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지대가 조금 높아서인지 잔디밭 주변과 흙 마당 주변으로 배수로가 잘 설치돼 있다. 아침에 내린 비로 인해 배수로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배수가 잘되니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없었다. 공원을 주민들이 모시고 산다는 기분을 가지게 했다. 공원이 동쪽 지면보다 높은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였다. 공원이 한눈에 훤히 다 보이니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바로 확인도 되고 관리도 바로 될 것으로 보인다. 살피고 보호하고 깨끗이 관리하니 모심을 받는다는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두 명의 남자가 정보지를 들고 벤치에 앉는다.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다른 정보를 알아보는 것 같다. 주변은 단독주택과 상가, 아파트가 있어 공원 이용이 잘될 것 같다. 세 개로 난 길을 일일이 오르며 다시 한번 네모반듯하게 잘 정비된 공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구석진 곳이 있거나 감춰진 곳이 전혀 없어 비밀이 하나도 없는 어떤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흙 마당과 잔디 마당이 붙어 있어 자연미가 느껴지고 공원을 관리하는데 아주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공원이라는 평을 내리며 철쭉꽃을 향해 눈인사를 하고 나왔다. 모심을 받듯이 높이 형성된 공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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