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사랑과 떠남의 계절
노래 만든 사람 시름도 많기도 많으리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풀었던가
진실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상촌집>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민중은 노래를 부르며 애환을 달래고 희망을 노래한다. 1954년 남인수가 부른 ‘이별의 부산 정거장’은 한국전쟁 피난민의 애환과 이별을 담은 가요이다. 유호가 가사를 쓰고 박시춘 선생이 작곡한 곡이다. 당시 부산역은 만남에 이별하는 공간으로 자리 매김되어 있었다. 구체적 시대상인 ‘십이열차’ ‘경상도 사투리’ ‘판자집’ 가사가 깊이 반영되어 있다. 슬픈 가사와 달리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경쾌한 멜로디는 대중들에게 다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의 상흔과 이별의 슬픔, 피난살이 부산의 상징성을 음악으로 담아낸 명곡이다.
이 노래를 바탕으로 1961년 영화 ‘이별의 부산 정거장’ 또한 크게 히트했다. 최무룡, 김지미, 조미령, 이예춘 같은 당대 거장들이 출연한 영화의 원곡이다.
‘애수의 소야곡’ ‘이별의 부산정거장’ ‘신라의 달밤’ 등 국민 애창가요 3000여곡을 작곡한 박시춘 선생은 1982년 대중가요 작곡가로는 처음으로 문화훈장을 수상했다.
한국전쟁 때는 대한민국 해군 정훈국 소속으로 참전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전우여 잘 자라’는 이때 작곡한 곡으로, 치열했던 낙동강 전선의 전투와 국군의 북진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전선 야곡’ 또한 명곡이다.
작곡가 박시춘 선생님을 생전에 한 번 뵙지는 못했지만 영상으로 선생을 만나뵈오면 그저 옆집 아저씨같이 소탈해 보이는데 어쩌면 그렇게 섬세하고도 간곡한 노래로 민중을 위로하는 곡을 쓰셨는지 감탄할 뿐이다. 경남 밀양시가 한국 대중가요사의 큰 별 박시춘(1913~1996) 선생의 생가를 복원했다. 선생의 생가는 영남루와 박물관과 더불어 밀양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조선 중기 문장가인 신흠 조차도 시름을 노래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풀어 보리다 하였겠는가, 시름을 풀고 달래기엔 대중가요의 쓰임이 이런것인가.
한분옥 시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