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시기 논쟁부터 교과서 반영 전략까지, ‘보존’만큼 ‘이해와 교육’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울산시는 18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 시대 재조명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암각화의 제작 시기와 문화적 가치를 재점검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강봉원 신경주대 특임교수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반구대와 천전리 유적이 대곡천을 따라 지리적으로 연결된 ‘복합 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세계유산위원회가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육지동물 사냥 장면을 높이 평가하며, 세계유산으로서 핵심 가치가 ‘이미지의 예술성’에 그치지 않고 선사인의 생업·의례·사회까지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다만 ‘교과서’라는 관문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반구대 암각화의 제작 시기를 신석기로 볼지, 청동기~초기철기로 볼지 학계 견해가 엇갈리면서 서술 단원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서에 구석기 및 신석기시대 항목이 빠지면 신석기시대로 간주되는 반구대 암각화 내용은 교과서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고, 문명대의 신석기 편년 견해와 김원룡의 청동기~초기철기 편년안이 교과서 서술에 미친 영향도 함께 언급했다.
주제발표에서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명예교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분석했다. 일부 교과서는 선사 단원 구성 속에서 반구대 암각화 서술이 아예 없거나 특정 시기 서술과 유적 설명이 충돌하는 사례가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강현숙 동국대 명예교수는 ‘반구천의 암각화 교육 현황과 과제’ 발표에서 2022년 개편 방향 이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를 다룬 책이 제한적이며, 학교 현장에서 세계유산의 가치가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학교 역사 7종과 고등학교 한국사 8종 등 15종 가운데 관련 서술 교과서가 5종이라는 점을 제시하며, 보편교육 차원의 인식 변화와 학교 교육의 실질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합토론에서는 교과서 반영 전략, 세계유산 가치 확산과 활용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학술 심포지엄은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한 시대적 이해와 역사적 위상을 명확히 하고, 이를 교육·홍보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세계유산의 가치 확산과 보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