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둔 산업 현장은 폭풍 전야와 같다. 겉으로는 잠잠해 보이지만, 작은 불씨에도 전면 충돌로 번질 수 있는 노사 갈등의 긴장이 팽팽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2026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70% 이상이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둔 현장의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요인으로는 83.6%가‘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갈등 및 노동계 투쟁 증가’를 꼽았다. 원청 기업을 겨냥한 투쟁 확산으로 산업 현장의 불안이 심화되고, 교섭 대상 확대에 따라 교섭과 분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불법 파견 논란, 원청 대상 직접고용 요구 증가, 손해배상 책임 제한에 따른 불법 행위 상시화 가능성도 산업 현장의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노란봉투법을 배경으로 한 내년 임금 및 단체협상은 한국 노동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정년 연장과 경영성과금 인상 및 임금성 인정 여부, 근로시간 단축이다. 이들 사안은 기업에는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노동자에게는 권리 보호를 주장할 강력한 명분이 된다. 노사 간 이해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갈등 수위 역시 한층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강성 노동자 도시’로 불리는 울산은 이러한 노사 불안의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지인 울산은 이미 노사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노조가 9년 만에 동시 파업에 나선 것은 상징적 장면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은 이 같은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울산 경제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하청 노동자가 촘촘히 얽힌 수직계열 구조다. 원청 중심의 투쟁이 격화될 경우 그 충격은 협력업체와 지역 상권, 고용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노사 모두 책임 있는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회적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중재 역할을 통해 노사가 대립이 아닌 대화로 해법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권 강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선택의 결과는 이제 정부와 노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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