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태의 인생수업(24)]내 손으로 해내는 힘, 퇴직 후 진짜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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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태의 인생수업(24)]내 손으로 해내는 힘, 퇴직 후 진짜 경쟁력
  • 경상일보
  • 승인 2025.12.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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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

퇴직은 끝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 회사의 직함과 지위가 사라진 자리에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재 도장도, 명함도 아닌, 오롯이 내 손끝에서 피어나는 힘이다. 진정한 경쟁력은 직업의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많은 이가 직장생활 동안 의사결정자, 관리자로 살아간다. 수십 년간 타인의 보고를 받으며 서류에 도장을 찍는 일에 익숙해지면, 손끝의 감각은 무뎌지고 몸은 현장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어떤 이는 퇴직 직전까지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실무의 감각을 잃지 않는다. 퇴직 후에도 그 감각은 살아남는다.

인간은 스스로 행동할 때 비로소 가장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 퇴직 후는 타인의 지시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자, 진정한 자유가 허락된 시기다. 심리학적으로도 ‘스스로 해낸다’는 경험은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삶의 활력을 유지시킨다. 퇴직 후 삶이 무너지는 이유는 나이가 아니라, 더 이상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년학적으로 보아도, 손끝의 경쟁력은 건강한 노화를 위한 핵심 요소다. 퇴직 이후에도 주체적으로 일상에 참여하는 사람은 인지적 쇠퇴가 늦고, 사회적 관계도 더 오래 유지된다. 직접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하며, 집안을 돌보는 작은 행위조차 신체 기능을 지키는 운동이 되고, 동시에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실천이 된다. 이것은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니라, 자기 돌봄과 자립의 힘이다.

자기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은 자기 존재를 회복하는 길이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 활동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로 나눴는데, 손으로 만드는 작업(Work)은 세상 속에서 나의 흔적을 남기고,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퇴직 후 손끝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더 이상 회사의 성과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성취가 된다.

자기계발학은 늘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퇴직 이후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두 손을 통해 세상과 연결될 때 삶은 더 깊어진다. 그림, 요리, 글쓰기 같은 활동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기계발의 도구가 되는 이유다. 그것은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고, 나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퇴직 후의 경쟁력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자격증이나 대단한 창업 자본이 아니라, 바로 손끝의 감각과 태도에 달려 있다. 고장 난 물건을 고치며, 밥상을 차리며, 글 한 줄을 쓰며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이다”라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다시 성장한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자율성과 자기효능감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제2의 무대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작은 실천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그 경쟁력은 퇴직 후를 아름답고 품격 있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결국 경쟁력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당신의 손끝에서, 오늘도 다시 피어난다.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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