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찾은 울산 남구의 한 재활용품 선별 업체에서는 분주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중·남·동·북구에서 수거된 재활용 쓰레기가 모이는 이곳에는 일반 플라스틱과 페트병이 뒤섞여 쌓여 있었고, 라벨이 제거된 투명 페트병도 다수 섞여 있었다. 분리배출 지침을 지킨 병들조차 혼합 페트병으로 함께 처리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아파트나 원룸 가운데 투명 페트병 전용 수거함이 없는 곳이 많은데, 명확히 분리돼 배출된 경우에만 인력을 투입해 수작업 선별을 하고 있다”며 “투명 페트병이라도 일반 플라스틱이나 일반 페트병으로 배출되면, 라벨을 제거했더라도 혼합 페트병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거 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의 투명 페트병 전용 수거함에는 라벨이 붙은 병이 그대로 버려져 있었고, 일반 플라스틱 수거함에는 투명 페트병이 뒤섞여 있었다. 관리원들은 병을 꺼내 재분류하거나 라벨을 제거해야 해 업무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원룸 건물의 경우 전용 수거함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아 혼합 배출이 사실상 일상화돼 있다.
이처럼 혼합 배출된 재활용품은 선별 업체를 거쳐 재활용사로 옮겨진 뒤 다시 분류된다.
재활용사에서는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해 투명 페트병과 유색 페트병을 자동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혼합 수거된 폐플라스틱에서도 식품용 재생 원료를 추출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
이로 인해 배출 단계에서의 수작업 분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현장에서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조만간 발표할 ‘탈(脫) 플라스틱 로드맵’에 투명 페트병 별도 배출제를 조정하거나 백지화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리 부담만 커질 수 있다”며 “기술 변화와 현실을 반영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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