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울산시 경제가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운수업의 호조에 힘입어 3%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8500만원을 넘어서며 전국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지만, 벌어들인 소득 중 약 20조원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역외유출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지역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시의 실질 지역내총생산 성장률은 3.4%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 성장률 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며, 경기(3.6%)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세번째로 높은 성장세다.
울산의 경제 성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이끌었다. 제조업 생산은 전년 대비 3.5% 늘었고, 물동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운수업은 14.4%나 급증했다. 건설업 생산도 5.1% 증가하며 힘을 보탰다. 반면 도·소매업(-2.7%)과 전기가스증기업(-0.4%)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명목 지역내총생산은 94조원으로 전년보다 4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국 GRDP의 3.7%를 차지하는 규모다.
소비와 투자 지표는 엇갈렸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각각 0.7%, 1.5% 증가했고 건설투자도 비주거용 건물 건설이 늘며 5.3% 성장했다. 하지만 기업의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줄어들며 11.5% 감소해 향후 성장 동력 확보에 과제를 남겼다.
울산은 부자 도시 타이틀을 유지했다. 지난해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8519만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충남(6776만원), 3위 서울(6122만원)과도 격차가 크다.
주민들의 실질적인 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는 1인당 지역총소득은 6675만원,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3112만원으로 집계돼 각각 서울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생산과 소득의 괴리는 여전했다.
울산에서 생산된 소득(지역내총생산)은 94조원인 반면, 지역민에게 분배된 소득(지역총소득)은 73조6000억원에 그쳤다. 생산된 부가가치 중 약 20조원이 본사 소재지나 근로자 거주지 등 타 지역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지역내총생산 대비 지역총소득 비율은 78.3 수준으로 충남(77.8) 다음으로 낮아 소득 역외유출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