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주식을 장기 투자와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기조가 청년 세대에게 전달되는 방식에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지금 이 메시지가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독립을 재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숫자는 이미 경고를 보내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최근 약 26조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특히 청년층의 시장 진입 속도는 가파르다. 20대 주식 계좌 비중은 단기간에 두 배 이상 늘었고, 주식 보유자 수도 급증했다. 문제는 이 참여가 충분한 기반 위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30대 이하 가구의 평균 부채는 몇 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다. 자산 형성을 독려하는 정책적 메시지가 현실에서는 부채를 통한 투자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개념이 있다. 경제적 자립과 경제적 독립이다. 경제적 자립은 자신의 소득으로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컨대 월급으로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고, 외부의 지원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자립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자립은 어디까지나 ‘유지’의 개념이다. 소득이 끊기거나 시장 상황이 변하면 곧바로 흔들릴 수 있다. 반면 경제적 독립은 소득의 크기보다 구조의 문제다. 일하지 않으면 곧바로 생계가 위협받는 상태에서 벗어나, 소득원이 분산되어 있고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월급 외에 축적된 역량 기반의 부수 소득,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자산, 실패해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독립에 가까워진다. 독립은 ‘돈을 많이 버는 상태’가 아니라 돈 때문에 선택을 강요받지 않는 상태다.
문제는 많은 청년이 아직 자립 단계에 충분히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독립을 향한 가장 빠른 수단으로 주식 투자, 더 나아가 빚투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독립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자립의 기반 위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얹는 선택이다. 빚을 내 투자하는 순간, 우리는 수익률에 종속되고 시간의 여유를 잃는다. 이는 경제적 독립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한 종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식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빚은 줄어들지 않는다. 하락장에서는 투자 성과보다 상환 압박이 먼저 찾아온다. 실제로 청년층의 대출 연체 위험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무모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반복될수록, 위험에 대한 경계는 희미해진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 정책의 초점을 참여 독려에서 리스크 관리로 이동해야 한다. 투자 활성화를 말한다면, 신용투자에 대한 명확한 경고 기준과 단계적 제한, 하락장 대응 원칙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단순한 금융 교육이 아니라, 레버리지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게 하는 교육가 필요하다.
둘째, 청년의 자산 형성을 주식 단일 경로에서 분산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월급 외 소득을 만들 수 있는 역량 개발, 직무 기반의 부업과 자문, 콘텐츠와 지식 자산 등 노동과 자본이 결합된 소득 구조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는 투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실패를 흡수할 완충 장치다.
셋째, 개인 역시 자립과 독립의 단계를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아직 자립이 불안정하다면, 독립을 향한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가장 덜 흔들리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투자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버틸 수 있는 기간이며,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자유다. 주식은 자산 형성의 도구일 수 있다. 그러나 도구가 목적을 대신할 수는 없다. 새해를 앞둔 지금,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는 청년에게 독립을 약속하고 있는가, 아니면 준비되지 않은 위험을 떠넘기고 있는가. 자산 형성의 목표는 부를 키우는 데 앞서, 삶을 지키는 데 있어야 한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