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은 23일 새벽 0시20분께 내부 논의를 거쳐 같은 날 오전 9시로 예고했던 무기한 총파업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노조 요구안의 쟁점 사안인 성과급 인상과 관련해 정부가 노조 측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앞서 철도노조는 정부에 기존 ‘기본급의 80%’ 수준으로 지급되던 성과급을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기본급의 100%’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도권 전철과 KTX, 일반열차, 화물열차 전반에 대규모 운행 차질이 불가피했다.
파업 예고가 몇 주 전부터 이어진 탓에 이미 많은 시민이 일정을 변경하거나 대체 교통수단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다행히 파업이 유보되면서 파업 장기화를 우려한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파업으로 감축 운행 예정이었던 동해선(부전~태화강) 등 광역전철과 KTX, 일반열차는 정상 운행됐다. 이날 아침 KTX 울산역 등의 출근 시간대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반면 시외버스와 자가용, 카셰어링 등 파업에 대비한 이동 수단들을 미리 마련했던 시민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울산에서 서울로 출장을 앞두고 있던 직장인 A(33·울주군)씨는 “파업 예고 소식에 혹시 몰라 KTX를 취소하고 항공권을 예약했었다”며 “추가 비용을 감수했는데, 자정을 지나 갑자기 파업이 유보됐다는 소식을 듣자 허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지하철과 버스, 철도 중 어디 하나 파업 소식이 들리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것은 합법이지만, 너무 국민과 사회를 볼모로 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업 유보 소식을 뒤늦게 확인한 시민들의 혼란도 이어졌다.
대학생 B(남구·23)씨는 “2주 전과 달리 이번엔 진짜 파업할 것 같아 여자친구와의 여행을 변경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파업이 ‘또’ 유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당함과 함께 노조에 대한 반발심을 느꼈다”며 “원래의 계획대로 KTX-이음 열차를 예매하려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남은 좌석이 없더라. 여행을 출발하기도 전에 지치는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노조 관계자는 “늦은 시간까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불편을 느끼셨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철도노동자들은 더욱 안전한 공공철도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성과급 지급 기준을 내년에는 기본급의 90%, 2027년부터는 100%로 지급하는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했고, 최종 의결됐다.
글·사진=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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