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사실상 멈춰선 구도심에 대해 공공이 기반시설을 책임지고, 국비·지방비를 묶어 주민 부담을 줄이면서 사업 기간은 절반으로 단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울산시가 민선 8기 10대 공약으로 내건 ‘구도심 새집 갖기’가 첫 사업지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구 염포동 중리마을 소규모주택정비 관리계획 승인 및 관리지역 지정’ 고시 내용을 설명했다.
시는 기존 재개발 방식으로는 추진이 어려운 노후 주거지를 대상으로 소규모주택정비 관리계획을 수립해 쾌적하고 활력 있는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중리마을은 1970년대 조성된 집단취락 형태의 마을로, 전체 건축물 가운데 준공 2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이 84%에 달한다.
김 시장은 “토지 면적이 너무 좁거나 모양이 불규칙한 땅이 42%, 도로와 접하지 않아 맹지로 남아 있는 땅이 22%”라며 “정비사업이 가장 시급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역은 2019년 9월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고령화로 자력 주택 개량이 쉽지 않은 데다 조합원 부담이 큰 구조 탓에 몇 년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시와 북구는 ‘속도’와 ‘부담 경감’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공공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이번에 중리마을을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관리지역의 총 면적은 7만2533㎡이며, 공동주택구역을 제외한 기반시설 조성구역은 1만9834㎡다.
핵심은 기반시설 비용 구조다. 일반 재개발은 조합원들이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지만,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은 국비 50%, 시비 30%, 구비 20% 등 공공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 공동주택 건립을 포함한 총 사업비는 3300억원이며, 이 가운데 기반시설 구축비용은 300억원이다.
시는 관리지역 지정에 따라 도로·주차장 등 기반시설 설치비로 국비를 최대 15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이 기반시설을 설치하면 주민들의 사업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사업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공공 주도로 절차를 끌고 가는 만큼 통상 재개발에 비해 사업기간을 줄일 수 있다.
김 시장은 “전체 사업 추진 기간을 약 5년 정도로, 기존 재개발 사업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 북구는 내년 상반기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를 시작하고, 주민들이 원활하게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병행한다.
하반기에는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국비 공모를 신청해 150억원 확보에 나서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새집 갖기’ 사업 착공·추진이 가능하도록 로드맵을 짰다.
김두겸 시장은 “구도심 새집 갖기 재개발 사업은 침체된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라며 “지방에서는 민간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운 만큼 공공 참여형 재개발로 주민 부담은 최소화하고 지역 이익은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시장은 “북구 염포동 중리마을을 쾌적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변화시키고, 2호·3호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어가겠다”며 “기존 재개발 방식으로 추진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주민과 공공이 협업해 신속하게 새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