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로 본 일제시대 울산시민 생활상
상태바
신문 기사로 본 일제시대 울산시민 생활상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2.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감포 대 방어진 야구경기 전 방어진소학교 운동장.
▲ 부산일보 창간 30주년 특집 지면에 실린 ‘울산 백골 사건’.
일제 강점기 울산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는 신문 기사 번역 사업이 최근 완료됐다.

울산역사연구소는 일제 강점기에 발간된 일본어 신문인 ‘부산일보’의 울산 관련 기사 4300여건을 번역해 ‘부산일보 울산기사 번역집’ 세 권을 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번역된 ‘부산일보’는 1905년 부산에서 창간된 ‘조선일보’의 후신으로, 1907년 제호를 ‘부산일보’로 바꾼 이후 1945년 일본 패전까지 꾸준히 발행된 지방의 유력 일본어 일간지 가운데 하나였다.

부산일보는 1907년 10월1일자 ‘발간의 말’에서 ‘조선의 식민지화에 공헌하겠다’며 언론을 통한 식민지화를 목표로 했다. 따라서 조선총독부와 일제강점기 조선에 살고 있는 일본인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울산의 현안과 식민지 조선인들의 생활상, 울산 관련 특집호와 사진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당시 울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번역사업의 의미가 있다고 역사연구소는 밝혔다.

기사 번역사업은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의 주도로 하지영 동아대 강사 등 4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지난해부터 2년간 이뤄졌다.

번역집 1권은 1915~1930년까지의 울산 관련 기사 1600여건을 묶었다. 2권과 3권은 각각 1931~1935년까지와 1936~1945년의 기사 2700건을 나눠 실었다. 이들 기사 가운데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던 곳에 부산일보 지국이 우선 설치된 울산읍과 방어진, 장생포, 언양 관련이 많았다.

기사 가운데는 조선과 조선인을 멸시하는 왜곡보도도 많았다. 대표적인 기사는 1927년 10월27일자 ‘언양장날 조선인 축살(蹴殺) 사건’이다. 언양장날인 10월17일 오후 4시께 상북면 등억리 김경도(34)씨는 숯을 다 판 뒤 담배를 피우려고 바로 옆 가게의 주인인 가리야씨의 부인에게 성냥불을 빌리려고 했다. 이에 가리야 부인은 “돈 주고 사라”며 쏘아붙이면서 시비가 벌어졌다. 이에 주인 가리야씨가 나와 김씨의 뺨을 때려 넘어뜨린 뒤 일본식 나막신인 게다를 실은 발로 김씨의 급소를 찼으며, 김씨는 5일 뒤 숨졌다. 가리야씨에게는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부산일보는 ‘김씨가 가리야씨에게 폭언을 하며 달려들어 참다못해 집 바깥으로 쫓아냈다’고 가해자를 비호하며 왜곡했다. 동아일보는 ‘악독한 일본인 조선인 축살? 불 좀 달란다고 차서 죽여, 가해자는 유족이 체포’(1927년 10월29일)라는 제목으로 사실대로 보도했다.

울산 도심과 관련해 울산왜성, 울산비행장, 방어진 등 기사도 많이 게재됐다. 부산일보 울산기사 번역집은 현재 울산연구원 누리집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추후 시민들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 ‘청춘 연프’ 온다
  • “서생면에 원전 더 지어주오”
  • 울산 전고체배터리 소재공장, 국민성장펀드 1호 후보 포함
  • 주민 편익 vs 교통안전 확보 ‘딜레마’
  • 2026 경상일보 신춘문예 980명 2980편 접수
  • 조선소서 풀리는 돈, 지역에서 안돌고 증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