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은 우리가 남들과 잘 어울리며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남에게 안부를 전하고 남의 좋은 일에 축하해주며 남 힘든 일에 위로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와 보시요,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라’(로마서 16:16)고 한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벌써 한해가 가고 새해를 맞이할 때가 됐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으레 말로 하든 글로 하든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곤 한다. 주로 가까운 사람과 인사말을 주고받곤 하지만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안부 인사가 날아오면 반갑기 그지 없다. 그런데 연말 연시에 나누는 인사는 대부분 의례적이고 틀에 박힌 인사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크게 힘들이지 않고 인사말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인사말을 전하기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해마다 틀에 박힌 인사말이라도 잊지 않고 보내면 상대가 고마워하고 반가워하겠지만, 특별한 사람에게는 늘 하던 인사말에 한 마디, 한 줄만 덧붙인다면 상대에게 훨씬 더 큰 감동을 줄 수가 있다.
지난 해 자기가 힘든 일이 있었을 때 도움을 받았다면 감사의 마음을 붙이거나, 상대가 힘든 일을 겪고 그걸 잘 이겨내었다면 칭찬하는 인사를 하거나, 또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격려하는 인사도 할 수 있고, 상대에게 특별히 좋은 일이 있었다면 축하의 인사를, 또 서로가 특별히 기억나는 만남이나 추억이 있었다면 그걸 한 번 더 되새기는 인사말 한 줄만 덧붙이면 훨씬 감동적인 인사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쓰는 것을 무척 어렵게 생각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 표현이 약간 서툴지라도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예컨대, ‘지난번 진주에 갔을 때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아 무척 고마웠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올 여름 저가 아플 때 멀리 서울 병원까지 찾아와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새해 부디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길 기원합니다.’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새해에는 꼭 잘 나으셔서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등과 같이 하면 된다.
그리고 모두 아는 말이지만 ‘건강(행복)하세요(하십시오)’와 같은 말은 어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따져보면 말이 안 되는 말이니 ‘행복(건강)하시길 빕니다(기원합니다, 기도합니다)’와 같이 올바로 썼으면 좋겠다.
한해를 보내고 또 새해를 맞이하면서 정성과 사랑이 담긴 따뜻한 인사말을 많이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