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9시께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산 108 일원. 영하의 날씨 속 뼈가 시릴 정도의 해풍이 불고 있음에도 수십 명의 방문객이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해변으로 향했다. 간절곶주차장에서 해변으로 향하다 보면 어두운 배경에 붉은 조명으로 이뤄진 숲과 노란빛 밀밭을 형상화한 전시물이 보인다. 방문객들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조형물 사이에서 저마다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모(28·중구)씨는 “인스타에서 소개 영상을 보고 사귄 지 얼마 안 된 여자친구와 왔다”며 “인스타 영상보다 더 어두운 시간대라서 그런지 확실히 사진이 잘 나온다. 이미 수백 장은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날씨가 추워서 여자친구와 꼭 붙어 있을 수밖에 없어서 더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내의 강권에 끌려나온 듯한 중년 남성들도 막상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결과물이 마음에 드는 듯, 누구보다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양모(45·울주군)씨는 “이 야밤에, 이렇게 추운 날씨에 와이프한테 끌려 나와 처음에는 속으로 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막상 사진을 찍고 나자, 결과물이 생각보다 좋아서 아이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깜깜한 밤에는 인적이 드물던 간절곶이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변한 중심에는 (재)울주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야간경관전시 ‘적설’이 있다. 전시는 겨울 간절곶의 자연경관에 빛을 결합한 야간 콘텐츠다.
낮에는 고요한 설경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밤에는 붉은 조명이 더해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가운 겨울 바다와 대비되는 조명 색감은 사진 촬영에 적합한 배경으로 작용하며 SNS 확산을 이끌었다. 실제 인스타 등에서는 적설을 소개하는 영상이 120만 뷰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적설’은 눈이 드문 울주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기획됐다. 실제 설경 대신 빛으로 겨울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새해의 시작과 희망을 상징하는 붉은 색을 활용해 감성적 체험을 강조했다. 간절곶이 지닌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라는 상징성도 야간 조명과 결합되며 새로운 관광 서사를 만들었다.
울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생각지도 않게 많은 방문객이 방문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SNS를 기반으로 한 입소문으로 인해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며 “새해 첫 주말까지 방문객이 피크일 것으로 보인다. 방문하실 분들은 간절곶주차장에 주차한 뒤 걸어가시는 걸 추천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야간경관전시 ‘적설’은 내년 2월20일까지 매일 운영된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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