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통불변(變通不變)
상태바
[기고]변통불변(變通不變)
  • 경상일보
  • 승인 2025.12.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용걸 울산시 시정홍보위원장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늘 따라붙는다. 2025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는 지정학적 갈등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 흔들렸고, 한국 또한 정치·사회 전반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고, 방향을 가늠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변동불거(變動不居)가 선정됐다.

세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한다는 뜻으로 현재의 시대적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같은 맥락으로 울산의 한 해를 돌아보자면, 이 또한 ‘변화’의 연속이었다. 산업은 전환의 문턱에 있었고, 도시의 공간과 행정, 시민의 삶 또한 크고 작은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었다. 다만 울산의 변화는 요란하기보다 신중했고, 빠르기보다 방향을 점검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정리하자니 변통불변(變通不變)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되, 지켜야 할 중심은 분명히 지킨다는 뜻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2025년의 울산은 이 질문을 외면하지 않았다.

산업수도 울산은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첨단 제조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서 있었다. 기존 산업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울산은 자신의 뿌리를 지키는 길을 택했다. 제조 기반이라는 중심을 분명히 한 채, 그 위에서 산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기술을 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단기간의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중장기적 경쟁력을 축적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행정의 역할이 분명했다. 현대자동차, SK, S-OIL, 삼성SDI 등 주요 기업들이 울산에서 새로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기업 지원 체계를 강화했다. 현장의 애로를 빠르게 확인하고, 행정이 먼저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민선 8기 출범 이후 약 35조원에 이르는 투자유치 성과가 이어졌고, 이는 울산 산업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도시와 행정의 변화도 같은 방향을 향했다. 생활권 곳곳에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울부심 생활플러스’로 대표되는 생활 밀착형 사업들은 복지, 안전, 생활환경 등 일상과 맞닿아 있는 영역에서 변화를 만들어 냈다. 행정은 속도 경쟁보다는 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우선했다. 한 번의 변화보다 이어질 수 있는 변화에 무게를 둔 선택이었다.

이러한 행정 기조는 재정 운영에서도 드러났다. 울산시는 2026년 국비 2조7754억 원을 확보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를 거뒀다, 동시에, 채무 비율은 18.5%에서 11%로 낮추어 재정건전성을 크게 개선했다. 이는 단순한 지표상의 성과가 아니라, 도시의 방향성과 사업의 필요성을 중앙정부와 꾸준히 공유하며 설득해 온 결과다. 울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재정적 기반을 다져 온 셈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중심은 흔들리기 쉽다.

그러나 울산은 산업도시로서의 정체성, 시민의 삶을 우선하는 행정, 미래세대를 고려한 선택이라는 기준을 놓지 않으려 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을 이미 찾아냈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많고, 결과를 기다려야 할 선택도 있다. 다만, 변화의 한복판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만큼은 분명했다.

2025년은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지도, 변화에 휩쓸리지도 않고, 울산만의 속도로 길을 찾아간 시간으로 말이다. 다가올 2026년에도 또 다른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앞에서 울산이 다시 붙들어야 할 기준 역시 변함이 없을 것이다. 변통불변(變通不變),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도시 울산!

박용걸 울산시 시정홍보위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 ‘청춘 연프’ 온다
  • “서생면에 원전 더 지어주오”
  • 울산 전고체배터리 소재공장, 국민성장펀드 1호 후보 포함
  • 주민 편익 vs 교통안전 확보 ‘딜레마’
  • 2026 경상일보 신춘문예 980명 2980편 접수
  • 조선소서 풀리는 돈, 지역에서 안돌고 증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