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석화 연극배우 인터뷰, 연극배우의 길로 이끌어
지난 26일 찾은 중구 성안동 아트홀 마당. 오는 30~31일 이곳에서 문화예술 틈의 제12회 정기공연인 연극 ‘숨비소리’를 선보이는 박 대표는 연극에 등장하는 유기견 복장 주문 제작과 저녁 연습으로 바빠 보였다. 저녁 연습이 시작되기 전 3층 카페 마당에서 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남구 야음동이 고향인 박 대표는 중학교 2학년 재학 시절 잡지에서 얼마 전 별세한 고 윤석화 연극배우의 인터뷰를 보고 진로를 연극 배우로 정했다.
울산예술고등학교 1기, 부산예술대학교를 거쳐 다시 울산으로 돌아온 뒤 1999년 연극배우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방황을 했지만 마음 속 한켠에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다잡은 뒤 지금까지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고 윤석화 연극배우의 인터뷰를 보고 벅참을 느꼈다. 연극의 에너지와 기쁨이 느껴졌다”며 “경제적인 문제로 직장 생활도 잠시 했는데 연극에 대한 갈망이 해소되지 않아 돈을 뿌리치고 다시 연극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7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한 박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분장실’을 꼽았다. 여성극단 곰 소속으로 무대에 오른 박 대표는 당시 주위에 아무도 없고 조명이 나만 비추고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마치 공중부양을 하는 듯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는 박 대표는 연극배우로서 무대 위에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느꼈던 순간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 대표는 관객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 2009년 문화예술 틈을 창단했다.
박 대표는 “문화예술 틈에서 선보였던 수많은 공연 중 다문화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 와 자신의 인생이 뒤바뀐 이야기인 연극 ‘괜찮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작품을 선정할때 노인, 여성, 다문화 등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연극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역량 있는 단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필요
박 대표는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는 것 외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극 교육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연극배우로만 전념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보니 연극과 관련한 다른 일도 하게 됐다. 시립극단이 만들어지 않는다면 그에 준하는 환경은 만들어져야 한다”며 “역량 있는 단체들에 지원금을 줘 지속해서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한다면 연극배우들도 연극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역량 있는 청년 연극배우들이 울산 연극계를 떠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 대표는 “연극배우는 불러주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는 불안한 요소가 많은 직업이다. 지원도 어느 정도 실적이 있어야 해 처음 연극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어려움이 많다”며 “울산 연극이 발전하기 위해선 역량 있는 청년 연극배우들이 늘어나야 한다. 이들이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좋은 정보가 있으면 공유하면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울산연극제 참여 극단 수가 6개에서 3개로 절반이나 줄어든 것에 대해선 객관적인 심사위원을 둬 연극제다운 시스템을 갖추고, 울산연극협회의 정단체를 늘린다면 참여하는 극단이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박정영 대표는 “지자체에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지원을 늘려준다면 울산만의 콘텐츠로 작품을 만들어 다른 지역에 상품화할 수 있다”며 “울산에서 하는 축제에 연극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문화도시 울산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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