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찾은 중구 태화종합시장 고객지원센터. 2층 상인회 사무실 한쪽에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설치돼 있었지만, 사무실은 직원 부재로 문이 잠겨 있었다. 시장 내부 어디에도 AED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이나 안내 문구는 보이지 않았고, 상인들 역시 정확한 설치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설치 초기에는 사용법 교육을 받았지만 노인들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다. 사실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생계가 달린 상인들을 자주 모아 교육하기도 어렵고, 고령 상인이 많아 교육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전통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구 구역전시장 역시 AED가 시장 인근 공영주차장에 위치한 고객지원센터 2층 상인회 사무실 안에 설치돼 있지만, 평소 사무실 문이 잠겨 있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AED 의무 설치 대상은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나 300인 이상 사업장 등으로, 전통시장은 제외돼 있다. 전통시장은 소규모 점포들이 밀집한 구조적 특성상 기기 설치 여부와 위치 선정이 상인회 자율에 맡겨져 있다.
문제는 전통시장 특성상 고령 상인·방문객 비중이 높아 심장 관련 응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남구 수암상가시장의 경우 공영주차장 1층에 AED가 설치돼 있고 사용법 안내 음성이 상시 송출되고 있다. 그러나 인근 상인들은 “막상 위급 상황이 오면 어떻게 써야 할지 자신이 없다”며 “눈에 잘 띄게 설치돼 있어도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역 내 전통시장 41곳 가운데 AED가 설치된 곳은 10곳에 불과하다. AED 1대당 설치 비용은 약 150만~200만원 수준으로, 지원 예산이 한정돼 있는 데다 전통시장이 법적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모든 시장에 설치를 지원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울산시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지만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며 “설치 후에도 누구나 쉽게 찾고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 표지 강화와 교육 방안 마련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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