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첫날부터 양반 사위에게 무슨 말이 그렇게 거칠어? 서운하더라도 그냥 좋게 말해야지. 옥화 생각은 안 해?”
새색시인 옥화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식전 댓바람부터 험한 소리를 들은 천동도 머리가 띵하고 기가 막혀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옥화 부는 서둘러서 두 사람을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게 하고 다시 그의 처를 나무랐다.
“이 사람아, 나는 지금 양 서방네 머슴노릇을 하라고 해도 할 생각이네. 내 말 무슨 뜻인지 몰라?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 목숨을 살려준 은인에다가 양반 사위이고, 정조를 잃어서 남의 집 후처자리나 가야 할 딸아이를 정실부인으로 맞아 주었어. 우리는 사위에게 너무 큰 빚을 진 사람들이야. 그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처지인데,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리하는가? 정녕 내가 지금까지 함께 살아 온 자네가 그런 금수만도 못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그때서야 옥화의 모친은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을 깨닫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신방으로 달려가서 무릎까지 꿇어가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빌었다.
“이보시게, 사위. 내가 미친년이야. 제발 나를 용서하고 내 딸아이를 살려주시게.”
방 안에서는 그 말을 못 들었는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천동은 좀 전의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 지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일을 크게 확대시키고자 한다면 겉잡을 수없이 커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자신이 눈 한 번 딱 감고 못 들은 걸로 하면 모든 것이 조용하게 해결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신방의 구석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옥화를 다독여주고 있는 중이었다. 방 밖에서는 계속해서 옥화모의 용서를 구하는 통곡 소리가 들렸다. 천동은 문을 열고 나가서 울고 있는 장모를 살며시 안으며 말했다.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몸 상하십니다. 어머니가 이러시면 집사람이 걱정합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아침이나 준비해 주세요. 저 배고파요.”
그는 장모를 일으켜 세웠다.
“다시는 이 어여쁜 얼굴에 눈물 흘리지 마세요. 미워져요. 어머니.”
사위는 소매로 장모의 눈물까지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그 앞에는 언제 나왔는지 장인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역시 우리 집에 복덩이가 들어왔어. 우리 사위 최고야.”
장인은 말을 하면서 박수까지 쳤다. 혼례 다음 날에 벌어진 이 기막힌 사건은 다행히 웃음으로 마무리되었고, 그 일이 있은 뒤로는 장모가 사위를 대하는 게 마치 고을원님 대하듯이 극진하고 공손해졌다. 그녀는 사위를 호칭할 때마다 ‘우리 사위님’, ‘우리 봉사 나리’ 등으로 공대했다. 그러자 옥화 부친은 내자를 놀려댔다.
“아, 언제는 이놈 저놈 하더니 웬일이래?”
“내가 언제?”
글 : 지선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