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울산 산업 경제가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의 뒷심으로 생산 부문에서 반등했다. 하지만 추석 명절 효과가 사라지자 소비 심리는 다시 얼어붙었고, 특히 서민 경기와 직결된 대형마트 매출이 급감하며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30일 동남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2025년 11월 울산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1월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증가했다. 지난 10월 2.3% 감소했던 생산 지표가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번 생산 회복은 울산의 주력인 조선·기계, 자동차가 이끌었다. 선박 건조 물량이 늘어나며 기타 운송장비 생산이 14.3% 증가해 전체 상승 폭을 견인했고, 기계장비 역시 12.8% 늘어 호조를 보였다. 자동차 산업도 2.0% 증가하며 힘을 보탰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의 부진은 지속됐다. 화학제품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7.6% 줄었고, 전기·가스·증기업 또한 16.5% 감소해 전체 산업 생산의 상승 폭을 제한했다.
출하도 1년 전보다 1.2% 늘었다. 기타 운송장비(13.3%)와 기계장비(17.3%), 자동차(3.8%) 등 생산이 늘어난 업종에서 출하도 활발했던 덕분이다. 제조업 재고는 1.6% 감소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하지만 소비 지표는 소비 절벽을 우려하게 했다. 10월 명절 특수와 각종 할인 행사 효과가 사라지자마자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모양새다.
11월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92.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줄었다. 지난 10월 전월 대비 5.1% 증가했던 대형소매점 판매는 11월 들어 다시 전월 대비 5.1% 감소하며 증가분을 모두 반납했다.
특히 유통 채널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 백화점 판매액지수는 104.9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2% 증가해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대형마트 판매액지수는 81.5에 그치며 9.6%나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가전제품과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기호 소비는 늘어난 반면, 생활 필수품인 음식료품을 비롯해 화장품, 의복, 신발·가방은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장기화 속에 필수재 소비마저 줄이는 불황형 소비 패턴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건설 업계는 수주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11월 울산 지역 건설수주액은 871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75.8% 급증했다. 특히 민간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공공 부문 발주는 공기업 등에서 줄어 84.3% 급감했지만, 민간 부문은 운수창고와 통신 관련 공사 발주가 이어지며 1년 전보다 458.4%나 폭증했다. 공종별로는 사무실 및 점포 등 건축 부문이 82.8% 늘었고, 기계설치 등 토목 부문도 54.9% 증가해 건설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