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매일 읽고, 매일 써야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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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매일 읽고, 매일 써야 는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2.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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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아 울산 화진초등학교 교사

‘수포자’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영어가 내 발목을 잡았다’는 말도 흔히 들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수학과 영어에 예민하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수학이나 영어를 어렵다고 느끼지만, 교사가 돼 교실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 보니,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과목은 오히려 국어였다. 특히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이해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았다. 모든 공부의 기초가 되는 국어가 약하니, 수학이나 영어가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이 되면 한글을 조합해 읽고 쓸 줄 알아야 한다. 짧게라도 생각을 문장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세 문장 정도의 글을 쓸 수 있다면 학교 수업에 큰 어려움은 없다. 맞춤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시기에는 ‘쓰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읽기 영역에서는 짧은 그림책을 읽고 주요 내용을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읽은 것’이라 할 수 없다.

3~4학년이 되면 10줄 이상의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서론-본론-결론의 구조가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지만, 문맥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이야기의 줄거리가 잡혀 있어야 한다. 문고판 책 한 권을 읽고 줄거리를 말로 요약할 수 있고, 열린 질문에 스스로 추론하며 대답할 수 있다면 학습에 큰 어려움이 없다.

5~6학년은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서론-본론-결론이 갖춰진 체계적인 글쓰기를 시도해야 한다. 주장하는 글이나 설명하는 글 등 비문학 글을 읽고, 자신만의 생각을 써내려가는 경험이 충분히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단편소설 정도는 읽을 수 있는 독서력이 있으면 좋다.

아이가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내 안에 가진 것이 많은가’를 먼저 살펴보자. 여기서 ‘가진 것’이란, 머릿속에서 꺼내어 쓸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 경험, 생각을 말한다. 입력이 없으면 출력이 있을 수 없잖은가. 글쓰기의 재료는 ‘입력’에서 온다. 즉,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주변으로부터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써보는 것이다. 매일 있었던 일을 쓰는 일기, 상상 글짓기, 가족을 소개하는 글 등 소재는 무엇이든 좋다. 중요한 건 ‘매일 쓰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글쓰기를 즐길 수 있었던 이유 중 8할은, 초등학교 6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쓴 습관 덕분이라 생각한다.

결국, 언어 능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 하나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우리말을 가지고 자유롭게 놀 줄 알아야 수학이든 영어든 편해진다. 모국어가 단단히 다져지지 않으면, ‘수포자’나 ‘영포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김보아 울산 화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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