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서울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 남산(南山)이 자리하고 있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며 특히 경주에는 196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산이 있다. 남산은 대구처럼 앞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예로부터 집이나 마을이 남쪽을 향해 들어섰기 때문에 집 남쪽에 있는 산, 집 앞에 있는 산이 남산이다.
옛 서라벌 반월성의 남쪽에도 남산이 위치한다. 이 산은 히말라야의 고봉들처럼 웅장하지도 않고 설악산처럼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완만한 능선에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으로 고작 동서 4㎞, 남북 8㎞, 둘레 30여㎞에 이르는 작은 산이다. 다만 금오봉(468m)과 고위봉(496m)을 중심으로 흘러내린 60여 골짜기에는 신라시대에 조성된 마애불을 비롯한 불상과 불탑 등 많은 유물, 유적들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2004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정밀학술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남산에는 마애불이나 금동불들을 포함한 불상이 118구, 석탑이 97기, 절터가 150여곳, 그리고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와 근래에 이르기까지 총 762개소의 유적이 확인됐다. 20년이 흐른 지금은 그 숫자가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중에는 국보 1점, 보물 13점을 비롯한 상당수의 지정 문화재들이 있어 그야말로 남산은 ‘노천박물관’이요, ‘보물창고’인 셈이다.
어느 탐방로를 따라 걷더라도 만나게 되는 이들 유물, 유적들은 산행의 의미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장인들의 돌 다루는 솜씨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무엇보다도 불국토의 이상향을 실현하고자 했던 신라 사람들의 신앙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의 불교 유적들은 사계절 기후 변화와도 잘 어우러져 일 년 내내 다양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남산을 찾는 사람이 일 년에 20만~30만명이라고 하니 탐방로마다 인산인해요 주말 산행길은 늘 정체되기 일쑤다. 이제는 외국인들도 눈에 많이 띈다. 신라인들의 성산(聖山)으로서 신라 1000년의 역사(歷史)의 산이기에 경주 남산은 ‘높이의 산’이 아니라 ‘깊이의 산’이다. 남산을 찾는 사람들이 그 매력에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세원 울산대 명예교수
